부동산 매물을 스캔해 가상현실(VR)로 보여주는 네이버페이의 ‘부동산 VR’ 서비스가 출시 9개월 만에 1000배 이상 급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인중개사·집주인과 만나 약속을 잡고 집을 구경하는 대신 컴퓨터와 VR 기기로 매물을 둘러보는 ‘사이버 임장’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29일 네이버페이의 ‘Npay 부동산 VR 투어 서비스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날 기준 네이버페이에 VR로 구축된 등록 매물 수는 5만개를 돌파했다. 서비스가 처음 출시된 지난해 8월에는 등록 매물이 50건에 불과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매물이 1000배 이상 급증했다.
부동산 VR은 공인중개사 사업소에 매도 매물로 등록된 아파트·빌라 등을 스캔해 VR로 재구성해 보여주는 서비스다. 내부 공간뿐만 아니라 건물 외벽·주차장·커뮤니티센터 등 단지를 실감 나게 살펴볼 수 있다.
네이버페이는 VR로 등록된 매물의 거래 속도가 일반 매물에 비해 월등히 빨라지며 서비스 이용률이 급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페이 자체 집계에 따르면 VR 등록 매물의 경우 집을 보여주는 웹페이지 체류 시간이 일반 건에 비해 40% 이상 길다.
네이버페이의 부동산 VR은 물리적 임장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준다는 점에서 업계 기대가 크다. 기존에는 매도인이 매물을 공인중개사에게 등록하면 매수인이 양쪽과 일정을 잡고 직접 지역을 방문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약속 시각이 어긋나거나 날씨가 궂으면 집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생겨 불편함이 있었다. VR 서비스는 이 같은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해 거래 성사율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네이버페이는 VR 서비스에 탑재된 실측 기능을 이용해 대규모 가전·가구 업체와 협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VR 상에서 공간을 실측하면 TV나 냉장고 등을 해당 공간에 VR로 구현해 확인하는 방식이다. 같은 방식으로 가구나 벽지·타일 같은 인테리어도 구현할 계획이다.
네이버페이는 사이버 임장을 뉴노멀로 규정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고강진 네이버페이 부동산팀 리더는 “현재 5만건 수준인 매물을 올해 안에 10만건으로 대폭 확대하고, VR 구현 비용 대부분을 자체 투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라며 “주거용 부동산 VR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유명 랜드마크 건물 등 수익형 건물에도 확대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