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청량교회 박진수 목사는 반년 동안 동사 목회를 한 뒤 지난해 6월 담임목사로 정식 부임했다. 박 목사는 2023년 12월 말부터 6개월 남짓 원로목사가 된 송준인 목사와 동사 목회를 했다.
박 목사는 2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 기간 영아부를 비롯해 교회 내 모든 부서 예배에 참석했으며 교회 직원과 목회자, 교인들과 소통하며 청량교회를 배웠다”면서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닦아온 목회적 자산을 경험하고 오랜 전통을 습득했는데 무척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동사(同事) 목사’는 은퇴를 앞둔 담임목사와 일정 기간 함께 사역하는 후임 목사를 지칭하는 말이다. 전임과 후임의 동거 기간을 보통 ‘동사 목회’라고 한다. 동사는 교회의 연속성과 공동체의 일치를 도모하며 목회 공백 없이 리더십 전환이 이뤄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동사 목사가 교회사에 처음 등장한 건 1901년 한국인 목사가 처음 배출된 이후다. 목회 경험이 부족한 한국인 목사를 돕기 위해 선교사가 함께 목회하면서 노하우를 전수하는 과정에서 동사 목사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교회들이 체계를 잡아가면서 오랜 세월 사용되지 않다가 1990년대 들어 교세가 성장한 뒤 후임목사가 교회에 대해 배워야 할 게 많아진 게 다시 등장한 이유다. 교단 헌법상 목사의 직제 중 하나는 아니지만 현장의 필요에 따라 사용되는 셈이다.
교회 현장에선 동사가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는 반응이다.
서울 서초구 늘푸른교회(박규용 목사)에서는 현재 동사 목회가 진행되고 있다. 65세 조기 은퇴를 결정한 박규용 목사가 후임 배웅희 목사와 사역을 시작한 건 올 1월부터다. 1년 동안 동사 목회를 한 뒤 내년 초 담임목사로 정식 부임할 예정이다.
이 교회 안건혁 장로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위해 동사 목회 기간을 갖자고 교회 공동체가 뜻을 모았다”면서 “우리교회 청년부 담당 교역자였던 배 목사님이 내년에 부임하면 당시 청년부원이던 현재의 30대 교인들과 역동적으로 목회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리더십 이양 과정이면서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를 걸고 희망을 키우는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등록 교인 1만6000여명인 경기도 파주 한소망교회(최봉규 목사)는 류영모 목사와 최봉규 목사가 1년 8개월의 동사 목회 기간을 거쳐 지난해 11월 리더십 이양을 마쳤다.
류 목사는 “후임 목사만 선정한다고 리더십 이양이 자동으로 되는 게 아니다 보니 동사 목회 기간은 교회의 평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기간 동사 목사는 교회 전통과 공동체 특성을 승계하고 동시에 교회의 독특한 문화와 비전까지 이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목사는 이 기간 동안 부부 동반 여행도 가고 MBTI 검사를 통해 서로의 성격을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했다. 류 목사는 “후임 목사의 리더십을 든든히 세우고 교회의 평화를 위해 유익했던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건강한 리더십 이양 사례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예도 일부 있다.
4년 가까이 장기 동사 목회를 하거나 동사 목회 기간 중 후임 목사를 해임하는 게 대표적이다. 동사 목사가 총회 헌법 직제상 존재하지 않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재할 방법도 없다. 일부에서는 총회 헌법에 동사 목회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규모가 있는 교회들이 주로 동사 목회를 하다 보니 전체 교회 중 10%가 채 못 되는 교회들이 동사 목회를 할 수 있을 뿐인데 입법까지 하는 건 과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건강한 리더십 이양과 동사 목사로 선정된 후임 목사가 안정적으로 동사 기간 동안 사역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교회 형편에 맞는 동사 목회 기간을 정하는 일이나 당회와 공동의회 결의로 후임 목사로 완벽하게 확정한 뒤 동사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보완책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리더십 이양 문화를 뿌리내리는 ‘윈-윈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