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우울증이 있는 20대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부른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돕거나 방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기 의왕경찰서는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 혐의로 A씨를 전날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최근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B씨를 자택으로 불러 며칠간 함께 지낸 후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과거 우울증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아왔는데, A씨가 채팅 앱에 올린 글을 보고 A씨를 알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씨가 전날 오전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가출 신고가 접수된 C양(10대)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A씨 범행을 확인했다. 경찰은 통신수사 등을 통해 C양 위치를 역추적했는데, 그 역시 A씨가 쓴 글을 보고 지난 27일 오후 A씨 집을 찾아온 상태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시고 자고 있었는데 오전 11시쯤 일어나 보니 B씨가 숨져 있었다.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C양은 숨져 있는 B씨를 보고도 경찰 등에 신고하지 않았다. A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고, B씨가 숨지는 과정에 직접 관여했는지, 방조했는지 여부는 아직 조사되지 않았다.
경찰은 B씨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A씨가 범행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발견될 경우 살인죄로 혐의를 변경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B씨, C양과 채팅을 통해 자기 집 주소를 알려주고 오게끔 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 역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지, 함께 자살을 시도했는지 등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