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을 앞두고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존폐 논란이 재점화됐다. 국회 산하 국회미래연구원이 중기부 기능 일부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로 이관하고, 소상공인청 신설을 핵심으로 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제시하면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2022년 처음 폐지설이 제기된 지 3년 만의 재현이다. 소상공인 단체는 “현장과 단절된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했다. 중소기업계와 학계도 정책 독립성과 일관성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27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국회미래연구원은 ‘산업정책 추진체계 및 정부조직 개편방안’ 보고서를 통해 조직 개편을 제안했다. 중기부의 기업지원 기능은 산업부로, 소상공인 정책은 외청을 만들어 분리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대기업 중심 산업부와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중기부가 분리된 현 체계로는 생애주기별 기업 정책을 통합하기 어렵고, 기능 중복으로 행정 비효율이 크다는 게 이유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역시 중기부와 산업부를 ‘산업에너지부’(가칭)로 일원화하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 정책의 독립성과 실행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국소상공인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당사자 협의 없이 외청을 분리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중기부 한 관계자는 “과거 산업부 산하 시절 중소기업 정책은 예산과 인력 배정에서 항상 후순위였다”며 “이번 통합안은 사실상 정책 주도권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기부는 2017년 중소기업청에서 부로 승격되며 독자적인 예산과 정책 권한을 갖춘 ‘전략 부처’로 출범했다. 대기업 중심 산업 구조에서 소외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한 국가적 판단이었다. 중기부 승격이 10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존폐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또다시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과 불만도 터져 나온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고용의 81%, 사업체 수의 99%를 차지하는 핵심 경제 주체임에도 대선 정국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공식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주요 후보 중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은 이는 없었다. 대한상의, 경총, 무역협회 등 경제5단체가 주최한 대선 후보와의 간담회에도 중기중앙회는 참석하지 않았다. 중소기업계는 “중기를 ‘경제의 허리’라 부르면서도, 정작 정책 결정의 테이블에는 부르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기부 존폐 논의를 행정 효율 차원에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산업정책의 균형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산업부가 대기업 중심 구조를 고수하는 한 중소기업은 정책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중기부는 독립된 정책 권한을 바탕으로 맞춤형 지원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육성을 산업부 외청에서 담당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잖다.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육성은 국가 전략 차원에서 연구·개발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중기부를 흡수하기보다는 산업부 내 관련 기능 일부를 중기부로 이관해 중소기업 정책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기부가 다뤄온 정책 과제들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제도 안착을 위한 보완 과제가 남아 있고, 플랫폼과 소상공인 간 갈등 심화로 정부 중재를 필요로하는 상황이다.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는 글로벌 투자 위축 속에 얼어붙어 있다. 자영업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한국의 경제 구조를 고려하면 중기부는 단순한 행정조직이 아닌 산업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