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2천번 넘게 의붓딸 성폭행 계부…3억 손배 판결

입력 2025-05-27 15:42

의붓딸에게 13년 동안 2000회 넘게 성폭력을 저지른 남성이 위자료 3억원을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창모)는 계부 A씨를 상대로 의붓자식 B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첫 범행 당시 만 12살이던 피해자 B씨를 상대로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성폭력을 2092회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2008년 친모가 재혼하면서 A씨와 함께 살게 됐다. B씨 어머니는 이혼과 재혼, 임신 등을 겪으면서 감정 기복이 심했고, 이에 B씨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A씨에게 마음을 열게 됐다.

그러나 이는 곧 ‘그루밍 성범죄’(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로 이어졌다.

A씨는 심리적으로 B씨를 종속시킨 후 성행위가 어떤 것인지도 알지 못하던 그에게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A씨는 “너를 사랑해서 그런 것” “죽을 때까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 등 말을 하며 B씨를 항거 불능 상태로 빠뜨렸다.

B씨는 이 같은 범행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진단을 받았다. B씨 어머니는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후 충격으로 생을 마감했다.

A씨는 해당 범행으로 지난해 2월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이후 법률구조공단의 법률 지원을 받아 A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공단 측은 성폭력 피해자 위자료가 1억원 이하로 인정되는 사례가 많은 점을 감안해 해당 사건 중대성과 장기적인 피해 상황을 근거로 고액 위자료의 필요성을 재판에서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가 반인륜적인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는 정신적인 피해와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판시했다.

B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신지식 변호사는 “성폭력은 영미법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인정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며 “우리 법원도 피해자의 실질적인 권리구제 등을 위해 고액의 위자료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