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교회, 이민 물결과 감소세 추이 속 ‘생존 넘어 사명으로’

입력 2025-05-27 14:57
2019년 9월 6일 홍콩 시민들이 중국 본토에 범죄인 소환 권리를 인정하는 ‘홍콩 범죄인 인도법’을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언스플래쉬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이후 중국의 국가보안법 시행은 수십만 명의 홍콩 시민들을 해외로 이주시켰고, 이는 홍콩교회의 존립을 위협하는 전례 없는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급감하는 신도 수와 재정 악화, 인력난 속에서도 홍콩의 교회들은 좌절 대신 새로운 형태의 목회와 선교를 모색하며 신앙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는 27일 홍콩교회갱신운동(HKCRM)의 최근 조사를 인용하며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지난 5년간 최소 4만6000여명의 천 명의 교회 신도가 홍콩을 떠났고, 6천 명 이상이 이민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목회자, 교사, 변호사, 의료 전문가, 자녀를 둔 중산층 가정이 주를 이루며 홍콩 사회 전반의 핵심 인력 손실과 함께 교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이들의 공백이 커지고 있다는 게 CT의 분석이다. 2019년 26만8000명에 달했던 직접 예배 참석 신도 수는 지난해 19만8000명으로 26% 급감했다.

이민 외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라이브 스트리밍 예배에 머물거나, 아예 교회를 떠나는 신도들도 늘면서 교회들은 텅 빈 예배당과 헌금 감소, 목회자와 자원봉사자 부족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홍콩교회들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며 신앙의 공동체를 지키고 새로운 선교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홍콩 외곽의 한 초등학교 강당에서 사무엘 렁 목사는 마온산링량교회의 성도 200명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20년 넘게 교회를 담임해 온 렁 목사는 CT와의 인터뷰에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교인 수가 두 배였고 훨씬 젊은 신도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약 80명의 신도가 영국과 미국 등으로 이주하며 교회는 큰 타격을 입었다. 현재 예배 참석자의 절반가량이 60대 이상이며, 젊은 층의 이탈로 교회의 평균 연령은 45세로 높아졌고 활력은 덜해졌다. 주일학교 학생 수도 100명 이상에서 40명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홍콩에 남아 있는 교회 지도자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양 떼를 돌보는 것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사무엘 렁 목사는 전반적인 신도 수 급감에도 “우리는 인원수에 크게 신경 쓴 적이 없습니다”며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교회의 본질적 사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마온산링량교회는 작은 규모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주일학교 수업을 줄이고 학생들을 재편했으며, 소그룹 모임 규모를 4명 내외로 줄여 모임 장소와 시간 선택의 유연성을 확보했다. 또한 온라인 예배를 통해 유입된 새 신자들의 헌금이 신도 수 감소로 인한 수입 감소를 일부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되면서 교회는 마침내 안정기를 찾아 향후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고 CT는 전했다.

이민 물결 속에서 오히려 해외로 눈을 돌려 확장하는 교회도 있다. 홍콩 조던 지구에 있는 플로우교회는 120여명의 성도가 이민 갔음에도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신도들을 유입하며 교세가 유지되고 있다. 푼 치 콩 목사는 이민으로 떠난 교인들을 완전히 잃지 않기 위해 ‘아웃플로우 미션(Outflow Mission)’이라는 사역을 시작했다.

아웃플로우 미션은 영국과 캐나다 등 해외로 이주한 홍콩 교인들이 현지에서 플로우 교회의 라이브 스트리밍 예배를 시청하거나 현장 목회자의 설교를 들으며 공동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돕는다. 2021년 시작된 이 사역은 이민자들이 새로운 본국 교회에 적응하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홍콩 디아스포라 교인들이 스스로 교회를 세우도록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맨체스터 아웃플로우 교회에 합류한 세레네 찬 씨는 “홍콩과 여전히 인연이 있는 교회에 참석하면 더 큰 소속감을 느낀다”며 해외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