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에게만 이런 불행과 고난이 닥치는 걸까.’
독서치유심리학자 김영아(57) 그림책심리성장연구소장은 어린 시절 하나님을 원망했다. 그는 “외모 콤플렉스와 가난, 건강 문제까지 무엇 하나 가진 것 없는 나를 왜 자꾸만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건져내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고민 끝에 하나님은 나를 ‘상처 입은 치유자’로 들어 쓰시기 위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시험들로 나를 정금같이 연단하셨음을 알게 됐다”고 미소지었다.
김 소장은 전국 교회와 도서관, 기업, 교육청, 학교 등에서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강연을 펼치고 있다. 그림책을 매개로 하는 심리학 강의와 상담심리는 물론, ‘내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 ‘우는 법을 잃어버린 당신에게’ ‘놓치는 아이 심리 다독이는 부모 마음’ 등 다양한 저서를 발간한 김 소장을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종교국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추운 겨울에 태어난 김 소장은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며 생후 45일 만에 코 연골이 녹아내리고 안면기형 판정을 받았다. 외모로 인해 온갖 손가락질을 당하고 멸칭으로 불리는 등 주눅 든 아이로 성장했다. 김 소장은 “당시 가난과 외모를 극복할 방법은 공부뿐이라는 생각에 공부에 더욱 매진했다”며 “공부를 위해 파주 문산에 위치한 시골 마을에서 서울에 있는 학교까지 기차 통학을 했다”고 말했다.
고난은 그가 12살이 되던 해 다시금 찾아왔다. 통학 길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진 것이다. 그는 “골반이 으스러지고 머리를 여러 차례 찧는 등 죽음의 문턱까지 갔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남게 됐다”며 “이 일을 계기로 ‘나는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게 됐고, 내게 기적을 베푼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을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자신의 아픔을 딛고 ‘상처 입은 치유자’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상담센터 ‘친:정’을 운영하며 상처 입은 이들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집이 돼주고 있다.
김 소장은 “내담자 중에는 18~21세의 어린 나이에 성매매에 종사하며 손목을 긋고 약을 먹는 등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이들도 있다”며 “이들에게 내가 경험한 아픔과 신앙에 대해 나누며 인격적으로 가까워지니 이들도 점차 하나님의 사랑을 알아가고 삶의 의미를 찾는 등 변화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감사한 순간은 복음을 전한 이들로부터 ‘소장님 덕분에 새 삶을 살게 됐어요’ ‘당신은 제2의 엄마예요’라는 말을 들을 때다”라며 “비기독교인이던 내담자 중 약 30~40%가 하나님을 영접했는데 이는 내게 있어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어릴 땐 ‘네 인생 뻔하다’ ‘재수 없으니 오지 마라’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어요. 그런 제가 지금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님입니다.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사 43:1)는 말씀처럼 하나님은 저를 ‘내 것’이라 불러주셨고, 제게 ‘학자들의 혀’(사 50:4)를 주셨습니다. 그 말씀을 붙들고 곤고한 이들을 위로하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