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의 기적’ 중공군 맞서 한국 땅 지킨 ‘미국 청년들’ 기억하다

입력 2025-05-27 00:56 수정 2025-05-27 00:58

한국전쟁(6·25전쟁)때 미국 청년들이 중공군에 맞서 한국 땅을 지킨 전투를 기억하는 ‘미군 참전 및 기적의 가평 전투 74주년 기념식’이 26일 경기도 가평군 북면에 위치한 ‘미국 한국전쟁 참전비’에서 거행됐다.

가평 전투는 1951년 5월 26일, 중공군의 춘계 대공세 시기에 가평 일대에서 벌어진 역사적인 전투이다. 미국 유타주 시더시티에 본부를 둔 제213야전포병대대 소속 장병 240명이 중공군 4000명과 맞서 싸워, 단 한 명의 전사자 없이 승리를 거둔 기적적인 전투로 기록된다.

이른바 ‘가평의 기적’으로 불리는 이 전투에서 아군은 경미한 부상 외에 사상자가 없었으며, 적군은 350명이 전사하고 830명이 포로로 붙잡히는 전과를 올렸다.

이 전투의 승리로 중공군의 대공세는 종식되었고, 전황은 고지전 양상으로 전환되었으며, 결과적으로 휴전 협정이 촉진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참전 장병 대부분은 유타주 남부, 특히 시더시티 출신의 젊은이들이었다.

올해 기념식에는 서태원 가평군수를 비롯해 미국 유타주 시더시의 가스 그린 시장과 일행,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작전참모부장 윌리엄 디 행크 테일러 소장, 미국 대사관의 알렉시 트루 부무관, ㈔한미동맹협의회 손명원 회장과 서동진 이사장, 품앗이회 이경재 이사장 및 장문섭 부이사장, 한국맹방국용사선양사업회 최승성 회장과 최승환 부회장, 한국핼핑핸즈 아시아지역 고문 김현수 장로와 이우철 이사장, 전 213대대 대대장이었던 예비역 댄 로버츠 대령, 그리고 전투 당시 213포대를 지휘한 프랭크 댈리 중령의 증손자 키튼 댈리 등 주요 내빈과 한미합창단, 재향군인회, 한국자유총연맹, 고엽제전우회 등 관련 단체의 대표 및 회원 31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기념식은 KBS 이규봉 아나운서와 정나겸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국민의례, 전투 소개, 기념 공연, 주요 인사의 연설 등으로 약 1시간 30분 동안 경건하고 엄숙하게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한국전쟁맹방국용사선양사업회와 국제봉사단체 헬핑핸즈가 공동 주관하고, 가평군이 주최했다.

손명원 한미동맹협의회 회장은 “어린시절 부상병을 간호하시는 어머니를 따라 병원을 자주 찾았고, 어린이 합창단원으로 병원 위문 활동에 참여하면서 부상자들의 참혹한 모습과 신음 소리를 보며, 강한 나라가 되고 전쟁이 없는 나라가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고 회고하며 전투의 교훈을 강조했다.

윌리엄 테일러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부장은 “가평의 기적과 같은 전투는 양국이 공유한 희생 정신을 상징한다. 이러한 전투의 정신은 한미동맹의 뿌리가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공동의 가치를 지키며 평화를 유지하고자 하는 굳건한 의지를 보여준다”며 “이는 국가들이 공통된 원칙 아래 하나로 뭉칠 때 어떤 성과를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산 증거”라고 강조했다.

가스 그린 시더시티 시장은 “74년 전, 유타 남부의 작은 공동체에서 온 젊은이들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한국 땅에서 자유를 위해 싸웠다. 그들은 단순한 병사가 아니라 대장은 아버지였고 전우들은 형제였으며 이웃이었다”면서 “그들의 헌신은 단지 전쟁을 넘어선 유대를 형성했고, 전장의 불길 속에서 시작된 관계는 이제 상호 존중과 문화 교류, 교육 기회를 바탕으로 살아 숨 쉬는 우정으로 발전했다”고 감동적인 소회를 전했다.

서태원 가평군수는 “미 제213야전포병대대는 압도적인 숫자의 적과 맞서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두며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줬다”며 “우리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으며, 오늘 이 기념식이 과거와 현재, 한국과 미국, 가평군과 시더시를 잇는 혈맹의 가교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가평=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