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아름다운’ 건 지금 이 순간…김혜자·손석구 케미, 유쾌한 감동 남겼다

입력 2025-05-26 17:49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스틸컷. JTBC 제공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천국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지금이라는 메시지로 시청자들에게 여운을 남겼다. 첫 회 5.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했던 드라마는 25일 방영된 마지막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8.3%를 찍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드라마 ‘눈이 부시게’(2019)에서 합을 맞췄던 배우 김혜자와 김석윤 감독, 김수진 작가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됐다. 손석구, 천호진, 이정은, 한지민, 류덕환 등 이야기에 힘을 실어줄 탄탄한 연기력의 출연진도 기대감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스틸컷. JTBC 제공

드라마는 죽음 이후 천국에서 재회한 이해숙(김혜자)과 고낙준(손석구) 부부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흘러간다. 해숙은 고낙준이 죽기 전 “지금이 제일 예쁘다”고 말한 것을 굳게 믿고 80대 노인인 현재의 모습으로 천국에 들어서지만 낙준은 30대의 모습이다. 두 사람이 재회한 이후 삶과 죽음, 인연에 관한 이야기가 유쾌하고도 감동적으로 전개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천국과 지옥의 모습은 창의적으로 구현됐다. 죽음 이후 저승사자를 만나 사후 세계에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을 직접 선택할 수 있고, 천국 혹은 지옥에 입성하면 입국심사를 받듯 행정 처리 절차를 거친다.

천국에선 이승에서 했던 좋은 일이 돈처럼 쌓여 그걸 이용해 생활할 수 있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보내는 편지를 배달하는 우체부도 있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건넌다고 비유하는 무지개다리도 드라마에 그대로 그려져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스틸컷. JTBC 제공

현생에서 맺는 인연은 전생에 맺은 좋은 인연, 혹은 악연이 연결고리가 된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이야기는 전개된다. “내가 누구한테는 좋은 인연이었고, 또 누구한테는 악연이었겠다 싶다. 그리고 그 모든 인연들이 착착 쌓인 게 내 인생”라는 해숙의 말은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논란이 된 설정도 있었다. 아빠에게 학대당했던 이영애(이정은)가 전생엔 아빠와 부부 관계였고, 좋지 않게 끝난 인연이라 그걸 풀기 위해 인연을 반복하고 있다는 설정에선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아동학대가 전생의 업보 탓이라 해석될 수 있어서다.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스틸컷. JTBC 제공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26일 “업보와 인연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의 구조나 에피소드가 상투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천국을 그려내는 발상이 흥미로웠다”며 “김혜자 배우의 연기가 흔들리는 중심축을 잡아줬다. 손석구 배우와의 부부 연기도 자연스러워 나이 차가 컸음에도 금실 좋은 부부로 보였다. 연출과 연기가 극본의 부족한 면을 메웠다”고 분석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김혜자의 마지막 드라마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로도 화제가 됐다. 마지막화 에필로그에서 김혜자는 환생 이후의 삶을 상상하는 해숙의 모습으로 이렇게 말한다.

“배우가 돼서 여러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그냥 사람들이 떠올렸을 때 ‘그 사람은 참 정이 많은 배우였다’ 정도(로 기억되면)면 되지 않을까요.”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