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부산진 좌천동. 조선 말 개항의 물결 속에서 우리나라 여성 교육의 첫 씨앗이 뿌려졌다. ‘사립 일신여학교’. 그 역사적 뿌리를 잇는 동래여자고등학교가 개교 130주년을 맞는다.
부산의 대표적 명문 사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동래학원은 오는 30일 부산 금정구 교내 우창회관에서 ‘개교 130주년 기념식’을 연다고 26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오정석 동래학원 이사장을 비롯해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백종헌 국회의원(국민의힘·부산 금정구), 윤일현 금정구청장, 장준용 동래구청장, 재학생, 동문, 교직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기념식 이후에는 축하 공연과 함께 산하 각급 학교에서 연주회·무용제·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
동래여고의 전신인 사립 일신여학교는 근대 여성 교육기관일 뿐만 아니라, 부산지역 3·1운동의 기폭제 역할도 한 학교로 평가받는다. 일신여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은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 가장 먼저 만세 시위에 나섰고, 항일운동과 구국교육을 이어가며 1925년 동래구 복천동으로 교사를 옮긴 뒤에도 민족정신을 지켜왔다.
1940년에는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를 거부한 것을 계기로 ‘재단법인 구산학원’(현 동래학원)이 설립돼 일신여학교를 인수했다. 이후 해방과 6·25전쟁, 4·19의거 등 근현대사의 변곡점마다 교육의 맥을 이어오며 지역과 나라에 이바지하는 인재들을 배출해 왔다. 박차정 열사를 비롯해 부산에서 가장 많은 독립 유공자를 배출한 학교라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
현재 동래학원은 동래여자고등학교를 비롯해 동래여자중학교, 부산예술고등학교, 부산예술중학교, 동래초등학교, 동래초 부속 유치원 등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 전 과정을 아우르고 있다.
오용남 동래여고 교장은 “130년의 전통은 단지 긴 세월이 아니라, 지역과 시대를 이끌어온 교육의 역사”라며 “앞으로도 건학이념을 지키며 지역과 국가, 미래 사회를 위한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