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과거 재래식에서 수세식으로, 좌변기의 도입 이후 비데까지 발전해왔다. 최근에는 이 변기를 주목하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바로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다. 인간의 배설물은 일상에서 쌓인 생물학적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어의가 임금의 대변을 관찰했듯, 이제 인공지능(AI)이 살피는 시대가 왔다.
26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스마트 변기로 인간의 건강상태를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AI가 대변을 검사하고, 소변을 보는 것만으로도 간편하게 건강을 점검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오스틴에 본사를 둔 헬스케어 스타트업 쓰론은 AI 기반 스마트 변기를 개발했다. 변기에 간편하게 부착할 수 있는 이 기기는 변기 안쪽을 비추는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카메라는 초당 여러 장의 이미지를 찍어 AI로 전송한다. 모든 영상과 데이터는 암호화와 익명화를 거친다. 사용자가 원하면 언제든 서버에서 완전히 데이터를 지울 수 있다.
AI는 의사들이 학습시켰다. AI는 크게 ‘소화패턴’과 ‘소변패턴’을 분석한다. 소화패턴에서는 대변의 단단함, 정상, 묽음, 액체 네 가지로 분류해 판단한다. 소변패턴은 소변 줄기와 변기에 닿을 때 발생하는 소리 패턴을 분류해 소변의 뉘앙스를 판독한다. 이를 통해 소화 상태와 영양 흡수, 수분 상태 등을 실시간 분석해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애플리케이션에서 설명해준다.
쓰론은 최근 목시벤처스 등으로부터 400만 달러(55억원)의 시드투자를 받았다. 현재 프로토타입을 제작했으며, 내년 1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스마트밴드 후프(WHOOP)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존 카포디루포를 최고제품책임자(CPO)로 영입하기도 했다. 현재는 워싱턴대·시카고대 의대 연구진과 파트너십을 맺고 임상 검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는 삼성전자 C-랩(Lab)으로 2020년 스핀오프한 옐로시스가 ‘스마트 토일렛’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심702 시트’(Cym702 Seat)는 좌변기에 설치된다. 화장실에서 평상시처럼 소변을 보면, 채취부터 검사까지 자동으로 진행되고 결과는 곧바로 앱으로 확인 및 건강 관리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
심702 시트는 병원에서 받은 소변검사 수준의 건강 정보를 전달한다. 소변을 적시면 체네 산성도, 포도당, 잠혈(오줌에 섞인 혈액), 단백뇨(단백질이 들어있는 오줌), 케돈뇨(케톤체를 포함한 소변) 등 5개를 진단해준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