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르윈 디아즈가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 탓에 퇴출 위기까지 몰렸던 그가 홈런 부문 단독 선두에 오르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디아즈는 ‘14년 만의 삼성 소속 홈런왕’,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 후 첫 삼성 홈런왕’, ‘삼성 첫 외국인 선수 홈런왕’에 도전한다.
26일 현재 디아즈는 53경기에서 20홈런을 기록, KBO리그 홈런 1위에 올라 있다. 2위 오스틴 딘(LG·16개)과 4개 차다. 경기당 0.377개의 홈런 페이스로 시즌 전체인 144경기 기준 54홈런도 가능하다. 2015년 박병호(당시 넥센·현 삼성)의 53홈런을 뛰어넘는 수치다. 10년 만의 ‘50홈런 타자’가 탄생할 수도 있다.
디아즈는 시즌 초 타율이 1할대까지 떨어지며 박진만 감독과 면담을 할 정도로 입지가 불안했다. 그러나 타격 균형을 되찾은 뒤 방망이에 불이 붙었고, 장타력을 앞세워 팀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이날 기준 삼성은 26승26패1무 5할 승률로 NC, SSG와 공동 5위다.
‘라팍’이라고 불리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타자 친화적인 구장으로 유명하다. 좌우 펜스 99.5m, 중앙 펜스 122.5m로 다소 거리가 짧다. 특히 좌우 중간 펜스까지가 107m에 불과해 홈런이 많이 나온다.
지난 시즌 삼성은 185개의 팀 홈런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홈구장의 영향과 무관치 않다. 올해도 60개로 팀 홈런 1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삼성 ‘홈런 공장’으로 불리는 라팍을 홈으로 쓰면서도 2016년 개장 이후 홈런왕을 배출한 적은 없었다.
디아즈가 홈런왕이 되면 세 가지 기록을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다. 2011년 최형우(30홈런·현 KIA) 이후 14년째 끊긴 ‘삼성 출신 홈런왕’ 계보를 이을 수 있고 라팍에서 탄생하는 첫 홈런왕, 아울러 삼성 소속 외인으론 사상 첫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다. 그동안 삼성을 거쳐간 외인 중 2015년 야마이코 나바로(48홈런)와 2022년 호세 피렐라(28홈런)가 2위를 기록한 게 가장 높은 순위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