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도 올해 1분기 국내 상장사 분기 배당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시작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투자자들의 배당 요구가 높아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1분기 배당을 한 기업은 총 26곳, 배당금 총액은 5조169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21곳, 4조7021억원보다 기업수는 19%, 배당금 총액은 10%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이어 사상 최대 규모다. 1분기 배당 기업수는 2011년~2021년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었다가 2022년 15곳으로 늘어난 이후 2023년 19곳 등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압박 등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올해 1분기 배당을 한 주요 상장사는 POSCO홀딩스(주당 2500원)와 KB금융(912원) SK텔레콤(830원) 신한지주(570원) 두산밥캣(400원) SK하이닉스(375원) 삼성전자(365원) 등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700원) BNK금융지주(120원) 젝시믹스(100원) 폰드그룹(50원) 등은 처음으로 분기 배당에 나섰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배당절차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1분기 배당을 하지 않았지만 작년 말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매 분기 배당을 공식화했다.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상장사 배당률을 높이기 위해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당분간 배당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 관련 세금 부담이 줄면 대주주가 배당을 할 유인이 높아져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상승할 것”이라며 “부동산 등 다른 자산으로 흘러 들어가던 자금 상당량이 주식으로 유입돼 증시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