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부산지역 교사노조는 제도 자체가 한국 교육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고, 교육부는 단계적 도입과 개선을 통해 진로 맞춤형 교육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책 설계와 현장 실행 사이의 간극을 놓고 교육계 안팎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부산교사노동조합(위원장 김한나)은 “고교학점제는 준비 부족이 아닌 설계 단계부터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학교 현장은 붕괴하고 있다”고 26일 주장했다.
부산교사노조는 과목 선택의 자유를 강조한 고교학점제가 실상은 교사 수급 불균형과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기 단위 운영과 정교사 인사 제도의 충돌, 기간제 교사 증가 등으로 공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절대평가와의 연계 논리, 학업 부담 경감 효과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노조는 “절대평가(성취평가제)는 고교학점제의 필수 요소가 아니며, 과목 수 증가로 학업 부담이 완화된다는 주장 역시 정책 설계상 문제에서 비롯된 자기모순”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최소성취수준보장제도에 대해선 “학생의 다양성을 인정하기보다는 일정 성취 기준에 미달한 학생을 관리 대상으로 삼는 구조적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고교학점제는 선택권을 말하지만, 선택지를 만들 인프라는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에 일방적으로 강요(가스라이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부와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고교학점제를 전면 폐지하기보다 시행 과정에서 문제를 조정하며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8년부터 제도 도입을 준비해 왔으며, 시범 운영과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진로 맞춤형 교육을 위한 방향”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과목 선택권 보장, 교원 수급 조정, 교실 환경 개선 등 제도 정비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교육학과 교수는 “정책적 방향 자체는 세계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으나, 실제 적용 과정에서 지역 격차나 교원 인력 부족 문제를 세밀히 조정하지 않으면 현장의 반발은 더 커질 수 있다”며 “폐지냐 유지냐보다 정교한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평가는 극단적인 선택보다는 제도의 현실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균형 있는 논의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