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에서 전해온 전도 이야기(50·끝) 폐가에서 첫날을 보낸 뒤 만난 낯선 신사의 정체

입력 2025-05-26 15:00 수정 2025-05-26 15:27

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그들은 내 목숨을 위하여 자기들의 목까지도 내놓았나니 나뿐 아니라 이방인의 모든 교회도 그들에게 감사하느니라.”(롬 16:4)

낙도에서 전도하면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제 그 얘기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어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그동안 너무나 부족하고 부끄러운 섬 목회자의 미약한 글을 읽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1년 반 정도 방치된 헌 집에서 개척을 계획하고 파란 물통 자리에 10평 짜리 예배실을 건축했습니다. 낯설고 모르는 동네에서 교회를 강한 반대도 견디며 6년 전 시작했습니다.

교회가 없던 이 마을에 교회를 세운 지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되돌아보면 저는 도움을 주려고 이곳에 왔는데 오히려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섬마을 교회를 세우는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던 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6년 전 낯선 마을에서 동네 사람들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단지 비어있던 폐가를 구입해 입주하던 날 만난 신사분입니다. 폐가의 천장에서는 쥐들이 뛰어다녔는데 저희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과 걱정이 오갔지만 각오를 다지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그렇게 이른 아침에 문밖을 서성이는데 낯선 차 한 대가 멈추고 어떤 분이 내렸습니다.

“새로 오신 목사님이시지요?”

그분은 인사를 하면서 “어디에 교회를 지으려고 합니까?” 하고 물으셨고 저희는 집 마당을 가리키며 “여깁니다” 했습니다. 신사분은 갑자기 주머니에서 줄자를 꺼내 들더니 “잡으세요” 했습니다. 저는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놀라 “누구시지요” 하고 물었지만 신사분은 “우선 잡으세요” 하면서 지금의 예배당 바닥에 금을 그었습니다. 그러더니 자신은 완도에서 건축설계를 하는 건축사라고 했습니다.

작년 여름에는 온 교회 성도님들이 교회를 붙들고 축복기도를 드리며 섬 지역 전도를 다짐했습니다.

그분은 오랜 시간 교회 개척을 돕고 싶었는데 수년간 개척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제 지인을 통해 캐나다에서 오신 목사님이 섬에서 개척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달려왔다고 하면서 “앞으로 교회 건축에 필요한 설계와 허가에 관한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하면서 “목사님은 건축 공사만 하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할렐루야!

이렇게 느닷없이 전혀 모르는 분의 도움으로 교회 건축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습니다. 비록 작은 규모의 조립식 예배당이었지만 인건비를 절감하려고 가능하면 혼자 시공에 들어갔고, 이 때문에 준공은 다소 늦어서 3개월 만에 완공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 후 6개월이 지나 교인이 10명 정도 되었을 때 목포 케이블카 관광을 나갔습니다. 유달산에서 고하도를 거쳐 하늘 꼭대기로 돌아오는데 케이블카 맞은편에 앉은 젊은 여자분에게 “목포에서 노인들이 식사할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했습니다. 여자분은 “어디서 오셨냐”고 물었고 저는 “보길도 교회에서 교인들을 모시고 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분은 자기 남편이 완도에서 건축사로 일하는데 몇 달 전 보길도 교회 건축을 도왔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분은 바로 완도에서 우리 교회 건축에 공헌하신 건축설계사 집사님의 아내였던 것입니다. 여자 성도님은 남편이 도와준 교회와 그 성도님들을 자신도 섬기게 해달라고 하시면서 그날 식사를 사주셨습니다.

또 한 가지는 갑자기 혼자되신 젊은 여집사님이 형편도 여의치 않은데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그해 여름에 부채를 흔들며 어른들께서 땀 흘리며 예배드리는 사실을 알고 벽걸이 선풍기 2대를 보내 주신 일입니다. 저는 지금도 그 선풍기를 보면서 사르밧 과부에게 주었던 축복을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또 한 번은 여름날 제가 출타 중일 때였습니다. 그날은 교회의 조립식 판넬이 여름 더위로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는데 집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 큰일 났어요” 하면서 얘기를 했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에어컨 공사하는 어느 집사님이 지나가다가 교회에 왜 에어컨이 없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직 돈이 없어서 다음에 한다고 했는데 그 집사님이 중고 에어컨 한 대를 무료로 설치하고 갔다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전화였습니다.

저희 교회 사연이 알려지면서 얼마 전엔 CBS 방송국에서도 다녀갔습니다. 성도님들은 전도의 기쁨을 체험하며 그동안 주님께서 베푸신 은혜로 서로 사랑하며 교회 공동체를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할렐루야!

그 밖에도 유사한 ‘사건’이 이어졌습니다. 냉장고 기증 사건, 피아노 기증 사건, 성경책 기증 사건, 앰프 기증 사건, 노트북용 TV 기증 사건, 주방 기증 사건 등등.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로마서 16장에 기록된 성도들의 이름들처럼 모두가 기적이고, 말로 설명되지 않는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주님은 빈손으로 시작된 섬 교회 개척에 길을 열어주시고 낮에는 구름기둥, 밤에는 불기둥으로 저희 보길도 동광교회를 끌고 오셨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들려드렸어야 했었는데 그 과정을 설명하다 보니 어느덧 50회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름 없는 목회자를 이끌어주신 주님의 이야기를 기록해봤습니다. 인내하고 이해하며 읽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끝으로 섬 지역에 거주하지만 아직 주님을 모르는 분들에게 열심히 복된 소식을 전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끝인사를 드립니다. 평안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