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피고인과 마주치고싶지 않습니다…”
26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형사대법정에서는 2024고합△△△△호 스토킹범죄 재판(가상의 재판)이 열렸다. 스토킹 피해자인 A씨는 이날 특별증인지원제도를 통해 광주법원 소속 증인지원관의 도움을 받아 법정이 아닌 화상증언실에서 증인신문을 받았다.
2012년 처음으로 도입된 특별증인지원제도는 성폭력범죄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아동학대범죄, 아동보호사건의 증인을 보호·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강력범죄 사건의 피해자나, 보복 가능성이 있는 사건의 피해자 등 재판부가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증인으로 판단한 경우 특별증인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별증인지원은 재판이 열리기 전 증인지원관이 증인과 만날 시간과 장소를 잡으면서부터 시작된다. 만남 장소 등은 피고인과 증인의 대면을 막기 위해 동선을 철저히 분리해서 이뤄진다. 증인과 만난 지원관은 피고인의 퇴정 여부, 신뢰관계인 동석 여부 등을 묻고 증인의 신청사항을 재판부에 전달한다.
재판부가 허용한 경우 화상증언도 가능하며, 법정 증언에 나선 경우에도 증인신문은 피고인이 별도의 공간으로 격리된 뒤 이뤄진다. 피고인과 증인의 접촉이 완전 차단된 셈이다.
신문 후에는 증인지원관이 증언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을 전해듣고, 상담 등을 통해 증인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다. 재판 결과 역시 증인지원관이 직접 증인에게 판결문 사본을 송부하는 등 재판 전 과정을 증인과 함께한다.
광주법원 전 증인지원관 추현이 사무관은 “증언을 자신했던 미성년 성폭행 피해자의 경우 증인신문 1시간 만에 울면서 법정을 뛰쳐나오기도 했다”며 “증인 신문은 워낙 구체적이고, 힘든 기억을 떠올려야 해 심리적 안정 확보가 최우선이다. 증인지원관들은 심리적인 지지를 통해 증인들이 법정에서 증언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증인들이 증언을 꺼려 증인신문기일이 수차례 연기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재판 공전을 막기 위해서도 증인지원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특별증인지원 외 일반 형사사건의 모든 증인은 일반 증인지원제도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증인지원제도는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각급 법원이 증인지원서비스를 제공받은 증인 515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매우 만족한다’, ‘만족한다’는 응답이 전체 91.3%에 달했다. 같은 조사에서 광주법원은 증인지원관 만족도가 100%로 나타나기도 했다.
차기현 광주고법 공보판사는 증인지원제도에 대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함께 증인에 대한 보호도 이뤄져야 한다”면서 “대립되는 두 가치를 지키기 위해 증인지원제도가 관련 법령에 따라 절차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범식 광주고등법원장은 “증인들이 안심하고, 두려움 없이 증언할 수 있도록 법원에는 증인지원제도가 마련돼 있다”며 “증인지원관들이 노력과 성의, 진심을 다하면서 만족도 또한 높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조금 더 편안하게 증인들이 증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광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