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원짜리 돌덩이 30개”…서울 신축아파트 조경석 논란

입력 2025-05-26 12:20 수정 2025-05-26 13:16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신축아파트에 설치된 조경석들.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올해 초 입주한 서울의 한 대단지 신축 아파트에 거대한 조경석들이 설치돼 입주자들은 물론 온라인상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26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동대문구 이문동에 위치한 이 아파트 단지에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나무 등 기존의 조경을 갈아엎은 뒤 커다란 돌을 설치하는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설치된 돌들은 사람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크기가 거대하다. 앞면에는 아파트 이름 일곱 글자가 예스러운 서체로 쓰여 있다. 일부 돌은 막 산에서 공수한 듯 투박하고 얼룩덜룩한 모습이다.

조경석 논란은 시민 A씨가 지난 2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사진을 공유하며 문제 제기를 해 온라인상에서 공론화됐다. A씨는 “이게 맞는 거냐. 조합원, 일분자(일반 분양자)에게 아무런 고지도 없이 조합장 패거리 독단적으로 저 흉측한 돌덩이를 수 개씩 끌고 와서는 멀쩡한 조경, 나무, 잔디 밀고 박아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25년 신축 단지에 이게 말이 되느냐”며 “저 돌 하나에 6000만원이라는데 앞으로 갖고 올 바윗덩어리가 20개 넘게 남았다더라. 30개를 18억원에 계약했다고 한다. 너무 어이가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신축아파트에 설치된 조경석들.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조경석을 설치한 주체는 아파트 재개발조합으로 알려졌다. 오는 28일 열리는 조합 대의원회의에 단지 내외에 30개 이상 조경석을 설치할지를 결정하는 20억원짜리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의가 열리기 전 이미 최소 3개의 조경석이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 간 찬반은 엇갈렸다. 일부 입주민은 “잘해놓은 조경을 뽑고 (돌을) 설치해버렸다” “무슨 돌비석 같은 걸 설치하나. 80년대 아파트냐”며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재개발조합 측은 “조경석을 좋아하는 조합원도 있다”고 반박하며 조경석 설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조경석 논란은 SNS도 달구고 있다. 부동산 정보 앱 호갱노노에서는 이 아파트가 실시간 1위로 등극했고, 네이버 부동산 카페에는 글씨체에 대한 지적부터 “산 정상인 줄 알았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