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을 들고 남편을 만나러 갔던 1세대 이민 여성들의 이야기를 조명한 연극이 한국 초연을 마쳤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그린시어터에서 진행된 연극 ‘사진신부’다.
사진신부는 1900년대 초 하와이로 떠난 1세대 한인 남성 이민자들과 사진만으로 결혼을 약속하고 이주한 여성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배우자의 사진 한 장으로 결혼 상대를 골라 사진신부라는 별명이 붙었다.
연극 ‘사진신부’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다. 혼기를 놓친 남성들과 10대 여성들이 사진만을 교환해 결혼을 결정하고 여성들이 결혼이민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902년, 사진으로 소개받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하와이로 떠난 세 명의 어린 여성(영자 덕자 아리)이 나온다. 이들은 신앙의 자유를 찾거나 시집살이를 피하고,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벌어 보내기 위해 하와이행 배에 올랐다.
덕자는 “하와이에 가면 바닥에 돈이 널려 있고, 맛있는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며 옷 걱정도 없다”며 기대에 부푼다.
하지만 하와이에서의 생활은 이들이 꿈꾼 이상과는 달랐다. 사진 속 젊은 남학생은 찾아볼 수 없었고, 실제 남편은 10년 이상 더 나이가 든 중년 남성이었다. 행복과 자유를 찾아 떠난 이들은 사탕수수밭에서 밤낮없이 가혹한 노동을 견뎌야 했고 인종차별도 경험한다. 그런데도 현실에 굴하지 않고 돈독한 한인사회를 이루며 이주민 생활을 개척해 나갔다.
이들을 버티게 하는 버팀목 중 하나는 신앙이었다. “예수쟁이라는 소리 듣기 싫어 하와이에 왔다”는 영자는 남편이 선물해 준 십자가 목걸이를 붙잡고는 하와이에서의 고된 일상을 견딘다.
가장 어린 14세의 아리는 38세의 남성과 결혼하면서 예수를 믿게 된다. 그는 미국 한인교회 목사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 홀로 남겨진 어머니와 소통하기도 한다. 극 중 아리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었는데 이곳에서 하나님을 내 아버지로 여기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2012년 4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연극 사진신부는 미국을 중심으로 공연되다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한국기독교문화사업단의 후원을 받은 이 작품은 역사적 배경과 인물 이야기에 기독교적 요소를 담았다. 역사적으로 하와이로 이주한 많은 사진신부는 교회를 매개로 서로 연결됐다.
정다은 연출가는 25일 국민일보에 “하나님이 미국에 도착한 첫 번째 이민자들을 어떻게 이끄셨는지 보여주고자 했다”며 “기독교 연극은 아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문화를 통해 하나님을 알릴 수 있는 극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