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다시, 소통에 능한 대통령을 기대한다

입력 2025-05-25 18:13

“사람의 몸은 작은 혈관 하나만 막혀도 목숨까지 위협한다. 사람 몸의 혈관과 마찬가지로 조직에서도 혈관의 상태가 어떠냐에 따라서 조직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한다. 리더와 연결되는 소통의 혈관이 막히면 조직에 심장마비가 와서 죽음에 이를 수 있다.

가까운 사례로 ‘박근혜 정부’가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최순실을 통하지 않고 대통령과 소통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비극적인 세월호 침몰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소통의 혈관이 막혀 최악의 참사라는 심장마비를 일으키고야 말았고, 박근혜 정부는 그 명을 다했다.

며칠 있으면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결정된다. 제20대 대통령은 싱싱한 혈관처럼 소통을 잘하는 후보가 되기를 바란다.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경륜도 필요하고 각 분야의 현안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참모들뿐만 아니라 국민과 활발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그냥 저 사람이 싫어서 능력이 부족해도 다른 사람을 선택하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건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조직 생활을 해본 사람이면 공감하겠지만 리더가 잘 모르면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온갖 속임수가 난무하게 된다. 이렇게 소통이 막히면 나라 전체가 협심증에 걸리거나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다. 그러다 사망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의 혈관이 위험하다. 제20대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혈관을 싱싱하게 회복시킬 어려운 책무를 지게 될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 없이는 불가능한 책무이다. 소통에 능한 대통령을 기대해 본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필자가 소통에 능한 제20대 대통령을 바라며 쓴 글 중 일부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는가. 윤석열 전 대통령은 불통에 불통을 거듭했다. 야당은 물론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여당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다. 어디 그뿐인가. 검찰과 경찰을 동원해서 전 정부와 야당의 주요 인사 등 반대파를 이 잡듯이 수사해서 재판에 넘겼다. 또한, 노동단체나 시민단체의 집회·시위를 제한하여 국민의 입을 막으려 시도하였을 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를 장악해서 공영방송까지 손에 넣으려고도 했다.

이런 불통과 우격다짐이 제대로 먹힐 리 없다. 그러자 마지막에 꺼내든 극단적인 카드가 무속에 기댄 12·3 비상계엄이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우리나라에서 9차례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1948년 제주 4·3사건, 여수·순천 사건, 1950년 한국전쟁, 1960년 4·19 혁명, 1961년 5·16 군사쿠데타, 1964년 6·3 항쟁, 1972년 10월 유신, 1979년 부마민주항쟁, 1979년 10·26 사태 때.

계엄법에서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 한국전쟁 때를 제외하고 비상계엄의 요건을 제대로 갖춘 때가 있었던가. 권력 찬탈이나 유지의 필요에 따라 이용되었을 뿐이었다. 12·3 비상계엄은 사적 이익을 위한 권력 유지에 그 목적이 있었던 만큼 손톱만큼의 요건도 갖추지 못했음은 자명하다. 그 결과는 파면과 형사처벌뿐.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대내외적 환경의 변화로 사회는 분열되어 있고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는 위기의 시대에 이를 극복할 리더는 여전히 소통을 통해 해법을 찾을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다시 한번 소통에 능한 대통령을 기대해 본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