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쫓아낸 하버드 학생 유치”…홍콩·마카오 대학들 경쟁

입력 2025-05-25 15:58 수정 2025-05-25 16:10
홍콩과기대. 바이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외국인 유학을 금지하고 기존 유학생에겐 전학을 요구하자 홍콩과 마카오의 대학들이 유치에 나섰다. 하버드대의 지난해 외국인 유학생은 6703명으로 이 중 1203명이 중국 유학생이다.

25일 중국 상관신문과 제일재경에 따르면 홍콩의 주요 대학들이 장학금 및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하버드대 국제학생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 대학은 미국 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제동을 걸었지만, 불학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하버드대 등 미국 명문대에 재학 중이거나 진학 예정인 우수 학생들이 발길을 돌릴 것으로 예상한다.

홍콩과기대가 가장 먼저 나섰다. 이 대학은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하버드대에서 온 국제학생을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홍콩과기대는 현재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국제 학부생 및 대학원생과 학위과정 입학 통지를 소지한 학생들에게 공개 초청장을 발송했다. 여기서 입학 신청, 학점 이전 및 맞춤형 지원(비자 지원 및 숙소 배정 등)을 우선적으로 처리해 원활하게 전학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홍콩시립대도 이날 정책으로 인해 학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국제학생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별 장학금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박사과정 학생이면 기존 지도교수를 공동 지도교수로 초빙해 연구의 연속성과 학문적 수준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홍콩이공대는 전담 입학팀을 구성하고 하버드대 등 미국 명문대에 재학 중인 학생이나 입학 통지를 받은 학생들에게 홍콩에서 학업을 계속할 것을 제안했다.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전학생에겐 장학금과 신속한 전학 절차도 지원한다.

홍콩링난대는 해외 및 중국 본토 학생들을 위한 전학생 전용 채널을 개설해 온라인으로 입학 및 전학 신청을 도와주기로 했다. 이들을 위한 상시 심사제도도 도입했다.
홍콩대학교. 바이두

홍콩대학교는 QS나 타임즈고등교육(THE) 세계대학순위 상위 50위 내 대학에서 온 학생이 GPA(내신성적) 기준을 충족하면 전학 신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홍콩 교육국 장관 차이뤄롄은 “홍콩 내 대학들에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했다”면서 “하버드 홍콩 동문회와 협력해 이미 하버드로 진학했거나 진학 예정인 학생들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마카오 정부 교육청도 24일 “이번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마카오 내 대학들에게 미국 유학생들의 전학을 지원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각 대학 상황에 맞게 수립하도록 했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하버드대 유학 금지 조치를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조치는 미국의 이미지와 국제적 신뢰를 훼손할 뿐”이라며 “중·미 교육 협력은 상호 이익이 되는 것으로, 중국은 교육 협력을 정치화하는 것에 일관되게 반대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해외 중국 학생과 학자들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확고하게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