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배터리 재무 격차…中 ‘현금 풍족’, 韓 ‘부채 부담’

입력 2025-05-25 08:07 수정 2025-05-26 15:38

중국 배터리 3사(CATL·BYD·CALB)가 재무 체력에서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들은 부채비율 및 순차입금 규모가 중국보다 컸고, CATL과 BYD는 수십조원 규모의 순현금을 확보한 상태였다. 사업의 수익성도 중국이 더 높았다.

25일 LS증권이 한국 배터리 3사와 중국 3사의 재무 현황을 부채비율, 유동비율, 순차입금비율, 순차입금 규모 등을 기준으로 비교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CATL의 재무 건전성이 가장 준수했고 그 뒤를 BYD, LG에너지솔루션 순으로 따랐다.

CATL과 BYD는 빚보다 현금이 더 많았다. 양사는 차입금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뺀 금액(순차입금)이 마이너스였다. CATL의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220억 달러(약 31조원), BYD는 마이너스 138억 달러(약 19조원)였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각각 약 78억(약 11조원), 61억 달러(약 8조원) 규모 순차입 상태였고, SK이노베이션의 차입금 규모는 209억 달러(약 29조원)에 달해 분석 대상 기업 가운데 가장 컸다. 중국 3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64.3%로 한국(74.3%)보다 낮았다.

수익성 지표에서도 중국 기업이 앞섰다. CATL은 영업이익률,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 총자산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6개 수익성 평가 항목 중 5개에서 1위를 차지하며 종합 1위를 거머쥐었다. 국가 평균으로 봐도 중국 3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0.5%로 한국(2.8%)을 압도했다.

업황 반등이 지연되는 상황 속 이런 재무 체력 차이는 설비 투자, 기술 확보, 글로벌 점유율 확대 등에서 경쟁력 격차를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업황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배터리 업계의 글로벌 경쟁사 대비 재무건전성 및 수익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며 “시장은 추가로 나타날 수 있는 유증 가능성에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SDI는 1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CATL은 미국·유럽의 규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재무 체력을 바탕으로 유럽 공장 확대 등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투자 여력이 제한적이고 이미 이자 부담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