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에 대한 품목 관세 부과에 더해 수출 한도(쿼터)가 해제되면서 철강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범용재의 경쟁력은 떨어졌지만, 오히려 자동차용 철강재 등 품질 기준이 높은 제품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준 대미 철강 수출량은 96만2000t으로 전년 동기(106만7000t)보다 9.9% 줄었다. 대미 철강 수출량은 지난 1~3월 모두 감소했지만 철강에 대한 관세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엔 11.7% 증가했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서도 대미 철강 수출량은 지난 3월 전년 대비 13.9% 감소했지만 지난달 1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 철강은 지난 3월 중순부터 25% 관세가 붙는 대신 수출 쿼터가 풀린 상태다.
철강 관세 효과는 수출 품목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열연강판과 중후판 등 범용재의 경쟁력 약화가 두드러졌다. 열연 수출량은 26%, 중후판은 28.8% 감소했다. 냉연강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6% 줄었다. 관세 부과 전인 3월 기준 미국의 한국산 컬러강판 수입 단가는 t당 평균 1156달러로 대만(1359달러)보다 17.6% 낮았지만, 관세 부과로 인해 가격이 역전됐다.
반면 미국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고부가 제품군은 선방했다는 평가다. 석도강판과 철강관은 수출량이 각각 32.8%, 1% 늘었다. 미국 시장이 자급 가능한 범용재는 수입을 줄이고 자체 공급이 어려운 품목에 대한 수입은 유지하거나 확대한 영향이다. 이 때문에 쿼터제 해제가 향후 고부가 제품군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품목별 명암이 엇갈리면서 철강업계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관세 부과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업체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관세 부과 전후 변화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관세와 과거 쿼터제 중 더 나은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강업계의 합의된 인식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