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영향 오리무중…셈법 복잡해진 철강업계

입력 2025-05-25 05:01 수정 2025-05-25 05:2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25% 부과를 공식 발표한 지난 2월 11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철강에 대한 품목 관세 부과에 더해 수출 한도(쿼터)가 해제되면서 철강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범용재의 경쟁력은 떨어졌지만, 오히려 자동차용 철강재 등 품질 기준이 높은 제품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준 대미 철강 수출량은 96만2000t으로 전년 동기(106만7000t)보다 9.9% 줄었다. 대미 철강 수출량은 지난 1~3월 모두 감소했지만 철강에 대한 관세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엔 11.7% 증가했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서도 대미 철강 수출량은 지난 3월 전년 대비 13.9% 감소했지만 지난달 1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 철강은 지난 3월 중순부터 25% 관세가 붙는 대신 수출 쿼터가 풀린 상태다.

철강 관세 효과는 수출 품목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열연강판과 중후판 등 범용재의 경쟁력 약화가 두드러졌다. 열연 수출량은 26%, 중후판은 28.8% 감소했다. 냉연강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6% 줄었다. 관세 부과 전인 3월 기준 미국의 한국산 컬러강판 수입 단가는 t당 평균 1156달러로 대만(1359달러)보다 17.6% 낮았지만, 관세 부과로 인해 가격이 역전됐다.

반면 미국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고부가 제품군은 선방했다는 평가다. 석도강판과 철강관은 수출량이 각각 32.8%, 1% 늘었다. 미국 시장이 자급 가능한 범용재는 수입을 줄이고 자체 공급이 어려운 품목에 대한 수입은 유지하거나 확대한 영향이다. 이 때문에 쿼터제 해제가 향후 고부가 제품군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품목별 명암이 엇갈리면서 철강업계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관세 부과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업체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관세 부과 전후 변화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관세와 과거 쿼터제 중 더 나은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강업계의 합의된 인식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