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종목은 운동량이 적은 스포츠라는 냉소적 견해도 없지 않았다. 국내외 투어에서 활동중인 프로 골퍼 중에서 과체중인 선수들이 다수 있어서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송규(29)도 그런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는 175㎝의 신장에 한 때 체중이 137㎏까지 나간 적이 있었다. 2018년 부터 2년간 국가대표로 활동하다 2019년2015년에 K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아직 프로 무대서 우승이 없다. 개인 최고 성적은 2020년 헤지스골프 KPGA오픈 3위다.
부진이 이어지면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내리 3년간 투어 카드를 잃었다. 스스로 엄청난 위기를 느꼈다. 그러면서 돌파구로 생각한 게 체중 감량이다. 노력 끝에 37Kg 가량 줄여 현재는 100kg 언저리다.
유송규의 이름이 골프팬들에게 알려진 것은 그가 작년 채리티 클래식 홀인원 부상으로 받은 박카스 1만 병을 지역 사회에 기증하면서다. 그는 시즌을 마친 뒤 자신의 거주지인 경기 화성의 동탄6동행정복지센터와 고향 경남 고성군에 각각 박카스 3000병, 5000병을 기부했다.
그런 그가 최고의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코오롱 제67회 한국오픈(총상금 14억 원)에서 큰 일을 저지를 기세다. 유송규는 23일 강원도 춘천시 라비에벨 골프앤리조트 듄스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이튿날 2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줄이고 버디 5개를 잡아 4언더파 67타를 쳤다.
중간합계 7언더파 135타를 기록한 유송규는 클럽 하우스 선두로 반환점을 돌았다. 경기를 진행중인 오후조 중에서 유송규를 추월하는 선수가 나오지 않으면 3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하게 된다.
유송규는 라운드를 마친 뒤 “발목을 다쳐 염증이 심해 체중을 줄여야겠다고 마음먹고 오후 6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방식으로 체중을 뺐다”라며 “체중이 줄면서 걷는 게 편해지고 덜 지친다. 그러면서 경기 막판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비거리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고 했다.
유송규는 2021년에 시드를 잃은 뒤 골프를 그만두려고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묵묵히 뒷바라지해 준 어머니의 만류로 그 뜻을 접었다. 그는 “어머니께서 더 해보자고 하셔서 2년은 2부투어에서 뛰고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치러 시드를 다시 땄다”고 말했다.
3년 만인 작년에 투어에 복귀했으나 성적은 이전과 별반 달라질 게 없었다. 작년 상금 순위는 가까스로 컷 유지 수준인 56위였다. 올해도 코오롱 한국오픈 이전까지 5개 대회 출전했으나 3차례나 컷 탈락했다. 상금 순위는 102위(932만원)로 처져 있다.
그런 그가 이번 대회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코스와 궁합이 선전 원동력이라는 유송규는 “한국오픈 월요예선 등 이 코스에서 3차례 정도 쳐봤는데 칠 때마다 마음이 편했고 성적도 잘 나왔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페이드 구질에 스트레이트 구질을 추가한 것도 상위권에 오르는 원천이 됐다. 그는 “아직 스윙 교정 완성도는 30%에 불과하다”는 유송규는 “티샷을 페어웨이에만 떨구자는 마음으로 경기했다. 어제는 듄스 코스에서 자신이 있었기에 자신 있게 쳤고 오늘은 안전하게만 쳤다”고 밝혔다.
티샷이 러프로 향했을 때 다소 멀더라도 일단 볼을 그린에 올린다는 전략도 효과를 봤다. 그는 “티샷 페어웨이 안착률이 50%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볼을 그린에 올린 뒤 퍼터로 해결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게 주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 우승자에게는 KPGA투어 5년 시드, 상금 5억 원, 그리고 올 디오픈 출전권이 주어진다. 유송규는 “상금 보다는 KPGA투어 5년 시드와 디오픈 출전권이 더 탐난다”라며 “남은 3, 4라운드에서는 1, 2라운드와 똑같이 편하게 치겠다”고 결기를 내보였다.
춘천(강원도)=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