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줄게, 100만원…1억 내면 대천사” 허경영 실체 보니

입력 2025-05-23 11:32
영장실질심사 출석하는 신도 성추행·사기 혐의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 뉴시스
신도 성추행 및 사기 혐의로 구속된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북부경찰청은 23일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및 사기, 정치자금법 위반, 준강제추행 혐의로 허 대표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허 대표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위치한 자신의 종교시설 ‘하늘궁’에서 영적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다양한 영성상품을 판매하고, 법인 자금을 개인 및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또 ‘에너지 치료’를 명목으로 여성 신도 10여명을 추행한 혐의도 있다.

허 대표는 2023년 12월과 지난해 2월 각각 80여명과 20여명의 신도로부터 사기·정치자금법 위반, 준강제추행 혐의로 고발당했다. 고발인들은 허 대표가 “120억 광년 떨어진 우주 중심 백궁에서 온 신인, 재림예수, 미륵부처, 창조주”라고 강연하며 터무니없는 가격에 영성상품을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허 대표가 판매한 영성상품은 강연비(2만~10만원), 상담비(10만원), 네잎클로버(100만~200만원), 백궁명패(300만~500만원), 축복에너지(100만원), 대천사(1억원), 대통령대리(1000만원) 등이다.

2022년 2월 제20대 대선 후보로 나섰던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 뉴시스
이중 ‘대통령대리’는 허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구매자를 대통령 대리인으로 임명해 수사기관의 조사나 체포를 면제받게 해준다고 속인 것이다. 이를 위해 강연비 100회분을 선결제 조건으로 1000만원을 받았다. ‘축복에너지’는 “축복 들어가라”는 말과 함께 복을 받게 된다고 주장하며 1인당 100만원씩을 받았다.

통상 종교단체의 영성상품 판매는 불법이 아니지만, 경찰은 피해자들을 기망하고 지나치게 고가로 판매한 것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허 대표를 고발한 신도 중 8명이 약 3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했다.

허 대표는 또 법인 자금 380억원을 횡령하고, 이중 80억원은 국가혁명당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허 대표가 자신의 급여를 차용금 형태로 처리한 것을 발견해 세무 당국에 조세 포탈 사실을 통보했다.

경찰은 허 대표가 자신의 사진과 이름이 붙은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인 이른바 ‘불로유’에 대해서도 식품위생법 위반 여부를 수사할 예정이다. 함께 고발된 하늘궁 관계자 8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