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손가락 접합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없어 사고를 당한 도민들이 잘린 손가락을 들고 비행기를 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농기구 관련 안전사고가 총 81건 발생했다. 이 중 손가락 부상사고가 71%(58건)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감귤나무를 손질하거나 과수원 주변 방풍림을 정비하기 위해 전동·전정가위, 파쇄기, 엔진톱 등을 사용하다 다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에도 같은 기간 총 73건의 농기구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역시 가위, 파쇄기, 톱 등 날카로운 농기구에 손 등을 다친 경우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현재 도내 의료기관에서는 손가락 접합수술을 받을 수 없다. 제주도와 의료계에 따르면 도내 일부 종합병원에 정형외과 수부접합 전문의가 있지만, 여러 이유로 관련 수술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고를 당한 환자들은 출동한 구조대에 의해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처치를 받은 뒤 직접 잘린 손가락을 들고 육지부 병원으로 가야 한다. 단체관광객이 몰리는 관광 성수기에는 항공편 예약이 어려워 공항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지난달 16일에는 이날 하루에만 제주시와 서귀포 과수원 곳곳에서 절단 사고 4건이 발생했지만, 모두 타 지역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관련 통계에 잡히지 않아 개선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올해 농기구 사용 중 손가락을 다친 58건 가운데 49건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그러나 이송 집계만 있을 뿐 최종적으로 어느 지역 병원으로 이동했는지 등의 여부는 소방구조대의 구급 활동일지 항목에 들어있지 않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소방안전본부 119상황실 관계자는 22일 “필요시 환자들에게 육지부 병원을 안내해주고 있다”면서 “모든 수술은 골든타임이 중요한데 도내에서 수술이 이뤄지지 않아 환자들의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