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의 ‘캡틴’ 손흥민(33)이 프로 데뷔 15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토트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DESK(알리·에릭센·손흥민·케인)’ 멤버 중 유일하게 팀을 지키며 우승이라는 마지막 퍼즐까지 맞췄다.
손흥민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결승전에서 후반 22분 교체 투입돼 팀의 1대 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로써 토트넘은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무관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손흥민은 15년이란 긴 기다림 끝에 선수 생활 첫 우승 경력을 새겼다. 2015년 토트넘 입단 후 약 5년간 이어진 토트넘의 전성기 시절을 지나고서 거둔 성과라 더욱 값지다. 당시 손흥민은 델리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해리 케인과 함께 강력한 공격진을 꾸렸다.
이 기간 마지막 문턱에서 미끄러진 것만 4차례였다. 2016-2017시즌 프리미어리그(EPL), 2014-2015시즌과 2020-2021시즌 카라바오(EFL)컵, 2018-20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탈트넘’ 징크스가 따라붙었던 이유다. 토트넘을 떠나면 무관에서 탈출하는 사례가 구단 역사에 숱하게 쌓여왔다. DESK 라인 중 가장 먼저 팀을 떠난 에릭센은 인터 밀란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자마자 리그 정상에 섰고, ‘무관의 제왕’ 케인 역시 이적 후에야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손흥민은 달랐다. 동료들이 떠난 뒤에도 홀로 팀을 지키며 뜻깊은 이정표를 여럿 남겼다. 2021-2022시즌 EPL에서 총 23골을 터뜨려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에 올랐고, 매 시즌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쌓아 올 시즌엔 EPL 레전드 반열인 ‘70골-70도움’ 클럽에도 가입했다.
위기도 많았다. 2023년 ‘공격 단짝’ 케인마저 떠나며 주장 완장을 넘겨받은 손흥민은 부쩍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러나 특유의 리더십으로 빈자리를 빠르게 메웠다. 토트넘은 ‘손캡’ 체제로 치른 첫 시즌에 리그 5위로 선방했다.
올 시즌은 더 큰 고비를 마주했다. 부상으로 결장이 길어지며 ‘에이징 커브’ 논란에 시달렸고 토트넘과 재계약은 난항을 빚었다. 팀은 리그에서 구단 역대 최저 승점을 경신했다. 그러나 ‘최악의 시즌’이라는 평가에도 결국 우승컵을 거머쥐며 맘고생을 털어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이제 토트넘의 레전드가 됐냐”는 첫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오늘만큼은 레전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난 17년 동안 아무도 못 해낸 것을 해냈다”고 기뻐했다. 토트넘도 손흥민을 향해 “팀에 메이저 유럽 클럽 대항전 트로피를 안긴 토트넘의 첫 한국 출신 주장”이라며 헌사를 보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