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떠나고 홀로 남은 손흥민…17년 무관 역사 끊은 레전드 등극

입력 2025-05-22 16:25
손흥민이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결승전에서 승리한 후 동료들과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있다. 유럽축구연맹 홈페이지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의 ‘캡틴’ 손흥민(33)이 프로 데뷔 15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토트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DESK(알리·에릭센·손흥민·케인)’ 멤버 중 유일하게 팀을 지키며 우승이라는 마지막 퍼즐까지 맞췄다.

손흥민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결승전에서 후반 22분 교체 투입돼 팀의 1대 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로써 토트넘은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무관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손흥민이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결승전에서 승리한 후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15년이란 긴 기다림 끝에 선수 생활 첫 우승 경력을 새겼다. 2015년 토트넘 입단 후 약 5년간 이어진 토트넘의 전성기 시절을 지나고서 거둔 성과라 더욱 값지다. 당시 손흥민은 델리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해리 케인과 함께 강력한 공격진을 꾸렸다.

손흥민이 2015년 8월 28일 토트넘과 계약을 맺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시 손흥민은 이적료 3000만 유로에 5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경신했다. 토트넘 SNS 캡처

이 기간 마지막 문턱에서 미끄러진 것만 4차례였다. 2016-2017시즌 프리미어리그(EPL), 2014-2015시즌과 2020-2021시즌 카라바오(EFL)컵, 2018-20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탈트넘’ 징크스가 따라붙었던 이유다. 토트넘을 떠나면 무관에서 탈출하는 사례가 구단 역사에 숱하게 쌓여왔다. DESK 라인 중 가장 먼저 팀을 떠난 에릭센은 인터 밀란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자마자 리그 정상에 섰고, ‘무관의 제왕’ 케인 역시 이적 후에야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손흥민은 달랐다. 동료들이 떠난 뒤에도 홀로 팀을 지키며 뜻깊은 이정표를 여럿 남겼다. 2021-2022시즌 EPL에서 총 23골을 터뜨려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에 올랐고, 매 시즌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쌓아 올 시즌엔 EPL 레전드 반열인 ‘70골-70도움’ 클럽에도 가입했다.

손흥민이 2022년 5월 23일(한국시간) 영국 노리치 캐로로드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트로피 골든 부츠를 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위기도 많았다. 2023년 ‘공격 단짝’ 케인마저 떠나며 주장 완장을 넘겨받은 손흥민은 부쩍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러나 특유의 리더십으로 빈자리를 빠르게 메웠다. 토트넘은 ‘손캡’ 체제로 치른 첫 시즌에 리그 5위로 선방했다.

손흥민이 2023년 8월 12일 주장으로 선임된 후 완장을 손에 끼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박지성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클럽의 주장이 됐다. 토트넘 홈페이지

올 시즌은 더 큰 고비를 마주했다. 부상으로 결장이 길어지며 ‘에이징 커브’ 논란에 시달렸고 토트넘과 재계약은 난항을 빚었다. 팀은 리그에서 구단 역대 최저 승점을 경신했다. 그러나 ‘최악의 시즌’이라는 평가에도 결국 우승컵을 거머쥐며 맘고생을 털어냈다.

토트넘이 22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을 확정한 후 구단 SNS에 손흥민의 헌신을 기념하기 위해 게시한 이미지. "팀에 메이저 유럽 클럽 대항전 트로피를 안긴 토트넘의 첫 한국 출신 주장"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토트넘 SNS 캡처

경기 후 손흥민은 “이제 토트넘의 레전드가 됐냐”는 첫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오늘만큼은 레전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난 17년 동안 아무도 못 해낸 것을 해냈다”고 기뻐했다. 토트넘도 손흥민을 향해 “팀에 메이저 유럽 클럽 대항전 트로피를 안긴 토트넘의 첫 한국 출신 주장”이라며 헌사를 보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