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운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45개 행위로 명확해졌다. 보건복지부는 3년 이상 임상 경력과 심화 교육 과정을 이수한 PA 간호사를 ‘전담 간호사’로 정의하기로 했다. 앞으로 전담 간호사의 골수 채취, 피부 봉합 등의 시술 행위가 합법화된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에서 ‘진료지원업무 법제화에 따른 제도화 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복지부는 3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3년 이상의 임상 경력과 전문화된 교육 과정을 이수한 PA 간호사를 전담 간호사로 지정하기로 했다. 박혜린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존재하지 않았던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 업무를 수행해왔던 인력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전담 간호사에게 허용되는 진료 지원 업무도 구체화했다. 복지부가 공개한 ‘진료지원업무 행위목록 고시안’에 따르면 이들의 업무 범위는 수술 지원, 시술 및 처치 지원, 환자 모니터링 및 검사지원 등 5개 분야의 총 45개 행위로 세분됐다. 그동안 의사가 부족한 의료 현장에서 전담 간호사들이 암암리에 맡았던 피부 봉합, 말초동맥관 삽입, 기관절개관 교체·제거 등 행위가 합법화된 것이다. 다만 시범사업에서 업무 범위에 포함됐던 중심정맥관 삽입·관리, 뇌척수액 채취, 중환자 기관 삽관 등 13개 행위는 제외됐다.
전담 간호사가 되기 위해선 이론, 실기, 실습으로 이뤄진 총 200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호흡기, 혈관 등 전문 분야에 특화하려면 심화 교육과정도 이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담 간호사가 동맥에서 혈액을 채취하는 동맥혈 천자를 하려면 혈관 분야의 심화 과정을 받아야 한다. 교육 과정은 대한간호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해 3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 전문간호사 교육기관, 공공보건의료 지원센터 등에서 분담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진료지원 행위와 교육 방안에 대한 의견수렴과 입법예고를 거처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간호계에선 구체적인 교육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윤영란 이대목동병원 전담간호사는 “의·정 갈등 이후 전담 간호사가 대거 배치되면서 전공의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교육은 뒷전으로 밀렸다”며 “정부가 올바른 전담 간호사 제도를 정착시키려면 ‘(교육은) 병원에서 알아서 하겠지’ 식의 태도는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사 단체는 반발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담 간호사에게 유사한 수준의 의사 보조 업무를 허가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의 임상 경력이 전제돼야 한다”며 “의사 보조 업무는 기존 간호사 업무를 확장하는 게 아니라 전공의가 수행하던 진료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다. 무면허 진료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