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쉰 한동훈, 대구서 “저 말고 2번 김문수 승리 외쳐달라”

입력 2025-05-21 18:21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김문수 대선 후보의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대구에서 “저 말고 국민의힘의 승리를 위해 후보 김문수를 외쳐달라”고 목소리 높였다. 한 전 대표는 손가락으로 숫자 ‘2’를 만들어 유권자들의 지지도 호소했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개 행보 관련해 “제대로 된 보수의 길을 가야 한다”며 당과 윤 전 대통령과의 분명한 절연을 촉구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보수의 심장’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경선 탈락 이후 두 번째 공개 유세를 펼치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현장에는 친한(친한동훈)계 김소희 박정하 정성국 안상훈 우재준 송석준 진종오 한지아 의원이 참석했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김기웅 김승수 강대식 의원도 힘을 보탰다. 빨간 풍선을 든 지지자들은 ‘정정당당 2번 김문수’ ‘투표 투표’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한 전 대표를 기다렸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김문수 대선 후보의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빨간 유세 유니폼을 입은 한 전 대표는 오후 3시 서문시장 입구에 내려 도보 유세를 시작했다. 지지자들에게 “고맙습니다”라고 말을 건네며 일일이 악수를 했고, 건물 2층에서 응원을 건네는 사람들을 향해선 주먹을 쥐어 보이며 화답했다. 그는 머리 위로 숫자 2를 그려 보이며 ‘김문수’를 외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도보 유세가 끝난 후 단상에 올라 “대구는 언제나 대한민국을 지켜온 곳”이라고 말했다. 또 “서문시장이 많이 힘들다. 여기서 맛있는 것 사 드시고 좀 더 사갖고 가달라. 그게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노쇼 경제학을 깨부수는 길”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김문수 대선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전 대표는 이날 처음 김문수 대선 후보를 직접 언급했다. 지지자들이 ‘한동훈’을 연호하자 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여기선 저를 외치지 말아달라. 우리 국민의힘 승리를 위해 김문수를 외쳐달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보수 재건의 불꽃을 살려보자”고 소리쳤다. 그의 입에서 김 후보 이름이 나오자 지지자들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그는 지난 20일 광안리 유세에서는 김 후보를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과의 선 긋기에 나섰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여사의 과거 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국민의힘은 이 문제를 깊이 반성하며 근본적으로 변화한다는 다짐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김 위원장은 전날 “영부인에 대한 검증 절차를 강화하자”며 대통령 후보 배우자 공개 TV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김문수 대선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한 전 대표도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을 막지 못했던 점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총선 때부터 강력하게 지적했지만, 일각에서 배신자로 취급했다. 그게 맞느냐”며 “이제야말로 국민의힘이 제대로 된 보수의 길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공개 행보에 대해서도 “보수의 생각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과의 완전한 절연이 대선 승리 요건이라 말씀드렸다”며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길을 가고 있지만, 우린 이럴 때 제대로 된 보수의 길을 가야 한다”고 했다. 이날 오전 윤 전 대통령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내용의 영화 시사회에 참석해 논란이 됐었다.

한 전 대표는 부정선거에 대해선 “선거 공정성을 강력히 보장하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선관위가 그 점에 소홀했다”면서도 “그렇지만 확인되지 않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트리는 것은 전혀 다르다. 선거 필패의 지름길이다. 부정 선거와는 단호히 절연해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오는 22일 충북 청주, 강원도 원주를 방문해 지원 유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대구=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