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지난 17일 방문한 전북 전주 온고을송천교회의 안으로 들어서자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다음세대가 먼저 찾는 교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 교회를 두고 아이들은 ‘평일에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머무르고 싶은 곳이자 주말이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먼저 가고 싶은 곳’이라고 표현했다.
정명환 정성일 문영환 박준성 채준석 등 목회자 5명이 공동목회를 하며 일구는 이 교회는 구성원의 절반이 다음세대다. 전체 출석 교인 450여명 중 절반 이상인 250여명이 20대 이하인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인 셈이다. 더욱 특별한 점은 이중 절반인 120여명의 어린이는 비기독교인 가정에서 나고 자랐으며 친구를 따라 스스로 교회에 찾아왔다는 것이다.
“두 달 전 이사를 왔는데 집 앞 교회에서 친구들이 노는 게 자주 보여서 와보고 싶었어요. 특히 부모님이 바쁘셔서 집에 안 계실 때요.”
또래 친구들과 레크리에이션을 즐기던 장재이(10)양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아침에 일어나면 집 창문 너머로 교회가 열렸는지부터 확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친구를 따라 교회에 나오게 된 김태윤(16)군에게도 교회는 특별한 장소다. 친구들과 좋아하는 스포츠를 맘껏 즐길 수 있고 이곳 선생님에게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군은 “교회에 오면 성도님들이 따뜻한 포옹으로 아들처럼 반겨주시고 맛있는 음식도 사주신다”며 “고등학생이 된 지금은 목사를 꿈꾸고 있으며 원래 교회에 다니지 않던 여동생 두 명도 나를 따라 교회에 나오게 됐다”고 했다.
주일예배는 물론, 평일과 토요일에도 아이들이 먼저 교회로 발걸음하고 머물고 싶어하게 되는 비결이 궁금했다. 정 목사는 “우리 교회에서는 장애인이나 어린이 등 사회적으로 소외당한 약자들을 섬기는 소자 사역을 중요시 생각한다”며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따뜻하게 포옹해주는 등 하나님의 사랑, 부모님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다보니 아이들이 자연스레 교회로 모여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하다보니 아이들을 위한 장소 마련과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는데, 우리 교회 공간은 체육관 청소년실 영유아실 수유실 등 대부분 다음세대 사역을 위해 사용되고 있으며 아이들이 사용할 화장실의 세면대와 변기는 아이들의 키높이에 맞춰 낮게 설치돼 있다”며 “아이들이 주말과 방학 등 쉬는 날에도 또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매주 토요일 연령과 좋아하는 활동에 따라 축구교실과 농구교실, 헬프교실(HELP·Happy Eat Learn Play·사춘기 여학생 모임), 굿즈모임(초등학교 저학년 레크레이션 모임)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매주 토요일 아이들은 교회에서 취미 활동은 즐기며 자존감과 공동체성을 키우고, 활동을 마친 후에는 교회 성도들이 만든 정성스럽고 따뜻한 식사를 먹는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30분 이내의 짧은 복음 메시지를 듣는다. 아이들이 복음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정 목사는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먹거리 준비 등에 적극적인 성도들이 있기에 가능하다”며 “매주 토요일 열리는 프로그램 외에도 교회 공간을 상시 개방해 주중 소그룹 모임이나 만남, 심방, 일일 농구 등 잦은 왕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2013년 축구교실을 처음 시작한 김병인 집사는 “매주 토요일 서너 명 학생 성도와 함께 축구하며 놀았는데, 그 아이들이 다른 친구를 데려오며 모임이 확장됐다”며 “2017년 교회 체육관이 생기면서부터는 다른 모임들도 생겨나며 사역에 탄력을 받았다”고 했다.
헬프교실에서 4년째 봉사하는 유정훈 성도는 “폰케이스 꾸미기나 유행하는 젤리 먹기, 네일 아트, 배구 등 아이들의 취향이나 유행에 맞춰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며 “또 우리 교회 성도들은 자발적으로 나서서 주일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비기독교인 가정 아이들을 아이 부모님과의 소통 하에 자신의 가정집에서 재워주는 등의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지역 아이들이 더 좋은 장소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인근 체육센터와 풋살장을 빌려 더욱 좋은 시설을 마련키도 했다. 교회에서 27㎞ 떨어진 공간에 캠핑장 부지를 마련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캠핑 시설, 풋살장 등을 꾸렸다. 원하는 이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캠핑장에서 캠프파이어를 하거나 수영을 하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전주=글·사진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