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모더나 이겼다… SK바이오사이언스 특허전 승소

입력 2025-05-21 17:12 수정 2025-05-22 05:01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mRNA 백신 개발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글로벌 제약사 모더나와 화이자와의 백신 특허 분쟁에서 잇따라 승소했다.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의 핵심 특허 무효화에 이어 폐렴구균 백신 원액 수출에 대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도 최종 승소하면서 특허 장벽에 가로막혔던 사업 기회가 열릴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화이자가 제기한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PCV13) 특허 침해 금지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소송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러시아 제약사에 연구 목적으로 ‘PCV13’ 구성 성분인 개별 접합체 원액을 수출한 행위가 기존 화해 합의 사항을 위반했는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법적 다툼이었다.

대법원은 “각각의 개별 접합체는 화이자의 특허 청구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수출 행위가 특허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에 따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동남아와 중남미 등 백신 수요가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원액 수출을 확대하고, 현지 기술이전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날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4만3000원으로 전장 대비 5.78% 오른 채 장을 마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앞서 2016년 국내 최초 13가 폐렴구균 백신인 ‘스카이뉴모’를 개발했으나, 당시 특허 소송에서 패소하며 2027년까지 국내 판매가 막혔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이번 판결은 국내에서 개발된 경쟁력 있는 백신이 사장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 의미 있는 결과”라며 “이를 계기로 프리미엄 백신의 접근성을 높이고 글로벌 백신 시장의 공급 안정성에 기여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백신을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시켰으며, 차세대 백신도 동시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폐렴구균 백신 시장은 연평균 5.6%의 성장률을 보이며, 2034년까지 약 21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 다른 특허 분쟁에서도 승전보가 이어졌다. 최근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보유한 mRNA 백신 특허에 대해 국내 특허심판원으로부터 무효 심결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 특허는 ‘변형된 뉴클레오사이드 및 뉴클레오타이드의 용도’에 관한 것으로, 국내에 등록된 유일한 mRNA 백신 제조 관련 특허였다. 모더나가 심결취소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최종 승소가 확정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GBP560’의 임상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팬데믹 대응에서 나아가 다양한 질병에 대응이 가능한 mRNA 백신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고 신규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