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타까운 사건”…초등생 아들 살해한 母에 판사가 한 말

입력 2025-05-21 15:04 수정 2025-05-21 15:08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지적장애를 앓는 초등학생 아들을 살해한 40대 친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상곤)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8)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김 판사는 “재판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사건이 이런 사건”이라며 “피고인이 절박한 상황에서 아픈 아들을 살해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또 피해자는 어머니에게 목 졸려 숨이 끊어지면서 어떤 심정이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며 운을 뗐다.

김 판사는 이어 “피고인은 궁지에 몰린 끝에 자기 처지를 비관해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이 먼저 목숨을 끊으려다가 어머니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울고 칭얼대는 아픈 자녀를 먼저 살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범행 이전까지 어머니로서 숨진 아들을 정성껏 양육했다. 이는 다른 가족이나 선생님 등 주변 진술을 통해 드러난 부분”이라며 “피고인이 자수한 점과 가족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27일 전북 김제 부량면 한 농로에 세운 자신의 차량 안에서 초등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 후 경찰에 자수면서 “사는 게 힘들어서 아들을 먼저 보내고 따라가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했졌다.

A씨는 과도한 빚으로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최근 직장에서까지 해고 통보를 받고는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달 14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사가 징역 8년을 구형하자 “먼저 떠난 아들을 생각하면 숨 쉬는 것조차 죄송하다. 아무 죄도 없는 아들을 왜 먼저 하늘로 보내야 했는지…”라며 눈물을 흘렸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