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때렸수다” 희화화 논란 고대 학생회, 결국 사과

입력 2025-05-21 14:34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12·3 비상계엄을 소재로 메뉴 이름을 구성한 축제 주점 메뉴판.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12·3 비상계엄을 축제 주점 소재로 활용해 논란이 된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측이 결국 사과했다. 이들은 “계엄이라는 제도를 미화하거나 희화화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자유 정의 진리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주점 기획 의도를 설명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함께 첨부된 주점 메뉴판에는 ‘계엄, 때렸수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메인 메뉴는 ‘이재명이나물삼겹살’ ‘윤석열라맛있는두부김치’ 등 정치인의 이름을 활용한 이름이었다. 사이드 메뉴 또한 ‘조국혁신라면’ ‘좌파게티 우파김치’ ‘계엄말이’ 등이었다. 특히 두부김치를 소개하며 “맛없는 안주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국민 여러분의 입맛을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문구가 논란이 됐다.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당시 선포했던 포고령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이다.

학생회 측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진보 보수 메뉴를 함께 주문하면 세트 할인, 헌법재판소 주문 형식으로 주문하면 서비스를 주겠다”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12·3 비상계엄을 소재로 메뉴 이름을 구성한 축제 주점 메뉴판.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메뉴판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유되자 누리꾼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저걸 보고 아무도 안 말렸다는 거냐” “계엄은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치인 패러디는 그렇다고 해도 ‘계엄, 때렸수다’는 선 넘었다” 등 날 선 댓글이 쏟아졌다.

논란이 심화하자 학생회 측은 관련 이미지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학생회 측은 “한국 현대사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와 연결된 계엄을 다루는 데 있어 더 높은 수준의 신중함과 감수성이 요구되지만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며 “이번 축제 기간 중 정치외교학과 주점에서 사용된 콘셉트와 관련해 일부 학우 및 시민 여러분께 불편함과 오해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풍자를 선택한 이유도 사건을 가볍게 생각하는 게 아닌, 오히려 쉬쉬하지 않고 드러내어 공론장의 주제로 삼는 것이 정치학도로서 사회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어렵지만 진정한 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표현과 기획에 있어 더욱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해명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