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80년대 민주화운동 인사들에 대한 고문으로 악명 높았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다음 달 10일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재탄생한다. 정식 개관에 앞서 오는 27일부터 6월 1일까지 남영동 대공분실을 소재로 한 연극 ‘미궁의 설계자’가 공연된다.
극단 반이 김민정 극작, 안경모 연출로 2023년 초연한 이 작품은 1975년 남영동 대공분실을 설계한 건축가, 1987년 이곳에 끌려와 고문당하다 죽은 대학생, 2020년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바뀌게 된 후 찾아온 다큐멘터리 작가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월간 ‘한국연극’이 선정한 ‘2023 베스트 7’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2024년 제45회 서울연극제에서 우수상, 신인연기상, 우수연기상, 연출상을 받은 바 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남영동 대공분실은 경찰청이 국가안보에 위해가 되는 사람을 조사한다는 목적으로 만든 대공분실 가운데 하나다. 1985년 김근태 고문 사건과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던 이곳을 설계한 건축가는 다름 아닌 ‘20세기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 김수근이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2005년 경찰의 과거사 청산 사업으로 경찰청인권센터가 됐다가 2018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행정안전부로 관리권을 위임받았다.
민주화운동기념관 개관 기념으로 선보이는 ‘미궁의 설계자’는 앞서 극장에서 공연된 형태와 달리 관객이 출연진을 따라 이동하며 공연을 보는 ‘관객이동형 장소특정 연극’으로 선보인다. 관객들은 옛 남영동 대공분실 곳곳을 70여 분간 이동하며 작품 속 역사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안경모 연출가는 “‘미궁의 설계자’가 작품의 배경인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선보이게 돼 뜻깊다”면서 “관객들이 이곳에 얽힌 사람들의 삶과 선택을 보며 예술과 폭력, 인권과 과거사에 대한 반성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