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 다양성의 날’로, 전 세계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기념하는 날이다. 이에 맞춰 호주관광청은 수만 년의 역사를 지닌 호주 원주민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호주 원주민 문화 여행지 5선’을 소개한다.
호주 원주민 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생존 문명 중 하나로, 자연과 땅, 이야기, 예술을 중심으로 한 정신성과 공동체적 가치가 특징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여행지는 골드코스트부터 이스트 캠벌리까지 아우르며, 단순한 관광을 넘어 원주민의 삶과 지혜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골드코스트… 구움피 우게라바 원주민 예술 워크숍
구움피 우게라바 원주민 예술 워크숍은 호주 원주민 예술가와 함께 전통 기법을 배우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형 프로그램이다. 퀸즐랜드 골드코스트에서 운영되며, 로컬링투어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워크숍을 이끄는 구움피 우게라바는 퀸즐랜드 피알바 지역의 원주민 혈통을 잇는 예술가로, 골드코스트의 콤부메리 부족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민중발 부족의 땅에서 성장했다. 30년 넘게 전통 예술과 문화를 실천해 온 그는 예술 활동뿐 아니라 춤, 노래, 교육을 통해 원주민 문화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자연 속 야외 공간에서 진행되는 워크숍에서는 전통 안료인 오커의 사용법을 배우고, 원주민 문자 언어의 기원과 상징을 활용한 예술 표현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후 참가자들은 각자의 가족 이야기나 개인적 배경을 바탕으로, 전통 상징과 기법을 활용한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프로그램은 창작을 통해 호주 원주민 문화에 담긴 의미를 배우고, 그 전통적 가치와 예술적 표현 방식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드니… 욜누 파워: 이르카라의 예술 전시
오는 6월 21일부터 10월 6일까지 시드니의 원주민 전통 명칭인 와랜 지역에 위치한 뉴사우스웨일스 아트 갤러리에서 ‘욜누 파워: 이르카라의 예술’ 전시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노던테리토리 아넘랜드 지역 이르카라와 미와츠 지역 출신 예술가 70여 명이 선보이는 300여 점의 작품을 통해 194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욜누(Yolŋu) 예술의 흐름과 진화를 조망한다. 회화, 드로잉, 판화,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예술 형식을 아우르는 이 전시는, 공동체 고유의 신성한 문양인 미니치 디자인을 중심으로 세대 간 연대와 문화적 연속성을 강조한다. 특히 욜누 예술가들이 사회 변화 속에서 새로운 표현 방식과 재료를 수용하며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온 과정도 함께 소개된다. 이 전시는 이르카라 지역의 원주민 예술 기관인 부쿠-라른가이 물카 아트 센터와 협력해 기획되었으며, 이르카라 예술에 대한 다각적 해석을 담은 출판물도 함께 발간될 예정이다.
다윈… 다윈 원주민 아트 페어
다윈 원주민 아트 페어는 호주 전역의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아일랜더 예술 센터 75곳 이상이 참여하는 호주 내 유일한 국가 규모의 원주민 예술 행사로,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문화예술 이벤트이다. 매년 8월 노던 테리토리 다윈의 라라키아 전통 지역에서 개최되며, 현장 행사와 온라인 전시를 병행해 다양한 관람 경험을 제공한다. 참가자는 호주 원주민의 현대 미술과 디자인을 한자리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올해는 8월 7일부터 10일까지 다윈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되며, 회화, 직물, 조각, 도예, 직조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이 전시 및 판매될 예정이다. 모든 작품은 예술가로부터 직접 구매 가능하며, 판매 수익 전액은 각 예술가와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에 환원된다. 전시 외에도 전통 춤 공연, 예술가와의 대화, 문화 워크숍, 가족 대상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함께 진행된다. 입장은 무료이며, 사전 등록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캔버라… 에버 프레즌트: 호주 퍼스트 피플스의 예술
호주 국립 미술관은 오는 8월 24일까지 호주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아일랜더의 예술을 조명하는 전시 ‘에버 프레즌트: 호주 퍼스트 피플스의 예술’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싱가포르와 뉴질랜드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순회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호주 수도 캔버라에서 최종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총 260여 점의 작품과 2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 대규모 전시로, 원주민 예술의 깊이와 폭넓은 표현을 한눈에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조상과 창조자, 땅과 별자리, 공동체와 가족, 문화와 의례, 교류와 영향, 저항과 식민주의, 혁신과 정체성 등 7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으며, 단순한 예술 감상이 아닌 원주민의 역사, 정신,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장을 제공한다.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이 전시는 호주를 이해하는 가장 직관적이고 감동적인 방법 중 하나로, 예술을 통해 호주의 복합적 역사와 살아 있는 원주민 문화를 조명한다. 전시는 캔버라 국립미술관 1층 갤러리 1~7, 9번관에서 열리며, 입장료는 무료이고 전 구역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다.
이스트 킴벌리… 불로 리버 스테이션
호주의 고급 숙소 연합체인 ‘호주의 럭셔리 롯지’에 최근 불로 리버 스테이션이 새롭게 합류했다. 호주 북부 이스트 킴벌리 지역의 광활한 아웃백에 위치한 이 숙소는 원주민 문화유산, 자연 보전, 실제 목장 운영 체험이 공존하는 독특한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불로 리버 스테이션은 약 40만 에이커의 땅 위에 자리 잡고 있으며, 붉은 절벽과 능선을 따라 미리웡과 가지라뱅 원주민의 암각화 유적이 다수 발견돼 이 지역이 오랜 세월 이들의 삶터였음을 보여준다. 해당 암각화는 가이드가 동행하는 전지형 차량 또는 헬리콥터 투어를 통해서만 접근 가능하며, 현재까지도 그 문화적 의미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 숙소는 단순한 고급 숙박을 넘어 원주민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설계된 책임 있는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투숙객은 사설 가이드와 함께 암각화 유적을 둘러보거나 아웃백의 폭포와 천연 수영장을 탐험하며 자연과 문화를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호주 원주민 문화와 더불어 호주 여행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호주관광청 공식 홈페이지(www.australi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