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2.0 시대…“대한민국 에너지 정책 3마리 토끼 잡아야”

입력 2025-05-21 10:10 수정 2025-05-21 11:0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당일 “미국에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석유·천연가스를 충분히 생산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다시 제조업 강국이 되겠다”며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전격 선언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무조건 값싼 석유·천연가스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균형점을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머리엔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of the America, by the America, for the America) 생각만 가득 차 있다.

트럼프에게 기후위기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나는 인위적인 요인 때문에 기후가 바뀌었다고 믿지 않는다”, “미국민 4000만명 이상이 빈곤하게 살고 있는데 어떻게 가장 큰 근심이 기후변화인가”, “지구온난화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 없다. 앞으로 500~600년 안에 바다가 4분의 1인치 정도 상승할 뿐”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파리 기후변화협정에 대해서도 “미국에 불공정한 부담을 지운다”고 치부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트럼프가 취임 첫날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것은 너무 당연하다. 트럼프의 이런 생각은 앞으로 바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정교해지고 완고해질 것이다. 각국은 미국의 움직임을 보면서 탄소 중립 목표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눈치작전도 치열하다. 하지만 ‘트럼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세계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2.0 시대에 직면한 한국도 에너지 패권 경쟁 심화 속에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는 생존의 문제다.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은 에너지 안보, 탄소 중립, 성장이라는 삼각편대다. 때마침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과 국제 에너지 시장의 패권 변화, 나아가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의 도전과 과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진단한 책이 출간됐다.

국내 에너지경제 분야 최고 학자인 유승훈 교수와 에너지산업 분야 이재호 전문기자가 함께 당면한 글로벌 에너지 부문 이슈를 살펴보고, 우리나라가 가야 할 길을 제언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흥미진진함을 더했고, 그래프와 도표를 충분히 활용해 내용 파악과 이해를 쉽게 했다.

유 교수는 “우리는 에너지 안보, 탄소 중립, 성장이라는 3마리 토끼를 잡아야만 한다. 3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어느 하나를 일방적으로 포기할 수는 없다. 영리하게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