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조선사의 숙원인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확대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중형사들의 수주 불발 우려가 커지면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국책은행, 시중은행은 중소형 조선사에 대한 신용평가에 착수했다. KB국민은행, 경남은행, 전북은행, 산업은행 등 은행 6곳은 최근 케이조선을 방문해 신용평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3년 11년 만에 케이조선에 RG 발급을 진행했던 경남은행은 올해 추가 발급을 약속한 상태다.
RG는 조선사가 정해진 기한에 선박을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할 경우 금융기관이 발주사인 선사에 선수금(선박 건조대금의 약 40%)을 대납하는 지급보증제도다. RG 발급이 거부되면 수주 계약이 중단되기도 한다.
최근 중형 조선사의 실적이 회복된 만큼 RG 발급 규모도 커질 공산이 크다. 조선사에 대한 금융사의 내부 신용등급이 높아야 RG 발행 규모가 커지는데, 대형사뿐 아니라 중형 조선사들도 최근 조선업 슈퍼사이클에 올라타 호실적을 기록 중이다. 대한조선, HJ중공업, 케이조선 등 국내 중형 조선 3사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동반 흑자를 냈다.
그간 중형 조선사에 발급되는 RG 규모는 제한적이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사 전체 RG 발급 규모는 154억 달러다. 이 중 중형 조선사는 대한조선과 케이조선 등 2곳이 7억9000만 달러를 받은 게 전부다. 중소 조선사의 RG 발급 문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크게 높아졌다. 2011년 감사원이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이 조선소 기업 규모에 비해 과도한 무역보험을 인수해 8877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고 지적하면서다.
그러나 대형사에 이어 중형사도 일감이 쌓이기 시작하자 정부는 재무건전성뿐 아니라 미래 수익성을 심사에 반영해 RG를 유연하게 발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그간 중소형 조선사에 RG를 발급하지 않았던 수출입은행과 일부 시중은행의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다. 보증 한도를 상향할 수 있도록 현재 1200억원 규모인 정부 출연금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RG 발급 한도가 적기에 확대돼야 중소 조선사의 수주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와 한·미 조선 협력 활성화 가능성 등으로 조선업의 호조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RG 발급이 제때 이뤄져야 수주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RG 발급 은행이 늘었지만 여전히 문턱이 높다”며 “추가 수주가 예정돼있지만 RG 발급 한도 부족으로 계약이 취소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