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불황, 협동로봇에 직격탄…공장 가동률 70→18%

입력 2025-05-21 05:00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협동로봇 기업들이 글로벌 제조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금리와 통상 불확실성으로 산업계 전반의 자동화 수요가 유보되거나 위축되면서 협동로봇 기업의 공장 가동률과 수익은 급감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두산로보틱스의 수원공장 가동률은 18.18%로 지난해 평균 69.55%, 재작년 61.45%에 한참 못 미쳤다. 외주 생산 가동률도 지난 2023년 26.16%, 지난해 11.60%에서 올해 1분기 1.60%로 줄었다.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1분기 매출 52억원, 영업손실 12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1.5% 줄었고, 영업손실도 지난해 1분기(69억)보다 2배 가까이 불었다.

다른 협동로봇 기업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 1분기 영업손실 1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 폭을 212% 키웠다. 뉴로메카도 52억7000만원의 적자를 봤다.

전 세계적인 제조업 불황이 협동로봇 업계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협동로봇은 주로 제조업 분야 공정 자동화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두산로보틱스 측은 “글로벌 제조 경기 둔화가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며 “미국발 관세 우려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고객사의 투자 집행 연기 및 조정이 발생하며 매출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협동로봇 업계가 미래를 위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집행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설명도 있다. 협동로봇이 아직 초기 시장인 만큼 수익성 개선보다는 기술 개발 제품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1분기 연구개발비는 15억3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6.5% 늘었고, 건설 중인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98억5000만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32억9000만원 원으로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협동로봇 업계가 고품질을 앞세운 유럽 일본과 싼 가격을 앞세운 중국 사이 ‘낀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중국 협동로봇 기업의 하드웨어 제품(로봇 팔) 가격은 대당 1000만원 아래에서도 형성되는 반면 국산 제품 가격은 2500만~3000만원이다. 협동로봇 기업 고위 관계자는 “협동로봇 시장 전체가 어렵긴 해도 한국 업체들이 부진은 유독 심각하다”며 “프리미엄 시장으로 진출하지 못한 채 중국에 시장을 뺏긴 결과”라고 말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증가세였던 협동로봇 신규 설치 대수는 지난 2023년 처음으로 전년보다 1.7% 줄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지난해와 올해도 협동로봇 시장의 저성장이 이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