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전립선암 몰랐나 숨겼나… 커지는 ‘건강 은폐’ 의혹

입력 2025-05-20 17:46 수정 2025-05-20 18:12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1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사진. 전날 바이든 전 대통령의 전립선암 진단 소식이 발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82세인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고 밝히자 재임 중 암을 알고도 숨겨온 게 아니냐는 질문이 따라붙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이 전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사실을 알린 이후 두 가지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은 언제 자신이 전립선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나? 만약 그가 작년에 대선에서 승리했다면 어땠을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바이든의 암 진단 소식이 슬프다면서도 이전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 놀랐다고 했다. 트럼프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오랜 기간 대중에 알리지 않은 사실에 놀랐다”며 “9점에 도달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의 전립선암은 악성도를 분류하는 ‘글리슨 점수’에서 10점 중 9점(숫자가 높을수록 고위험)을 받을 정도로 악화된 상태로 진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재임 때 건강 검진을 한 주치의가 암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바이든이 진실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바이든이 인지력 문제를 언급하며 “누군가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며 “이는 매우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팬데믹 고문으로 활동한 종양학자 에제키엘 이마누엘 박사도 MSNBC에 출연해 “그는 대통령 재임 중에 그것(전립선암)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아마도 2021년 대통령 취임 초에 그것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라며 “그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마누엘 박사는 버락 오바마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모두 전립선암 검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NYT에 따르면, 질병통제예방센터는 70세 이상의 남성에겐 정기적인 전립선암 검진을 권장하지 않는다. NYT는 “일부 암 의사들은 전립선암을 수년 동안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모르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이든이 암을 숨겼다고 보는 사람들 중에는 암을 밝힌 시점에도 주목한다. CNN의 제이크 태퍼와 악시오스의 알렉스 톰슨, 두 저널리스트가 쓴 책 ‘오리지널 신(Original Sin·원죄)’이 20일 미국에서 출간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이든이 재임 중 오래된 보좌관이나 장관들, 친구들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등 인지 장애를 보였고 휠체어 사용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신체적 약화가 있었지만 측근들과 가족들이 이를 숨겨왔다고 주장한다.

미네소타주의 딘 필립스 전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번 주에 발표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바이든이 인지·신체 장애를 숨기고 재선 도전에 나선 것에 대한 당내 비판을 피하기 위해 암에 걸린 사실을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치명적 암에 걸린 전직 대통령을 민주당에서 공격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17일엔 로버트 허 특별검사가 2023년 바이든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과정이 담긴 녹음이 공개되기도 했다. 온라인매체 악시오스가 공개한 이 녹음에서 바이든은 부통령직을 떠난 연도, 아들 보가 사망한 연도 등 세부 사항을 기억해내지 못하며 인지적 문제를 고스란히 노출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