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자전거’가 결정적 단서…‘시흥 흉기 난동’ 차철남 검거 내막

입력 2025-05-20 16:47
시흥 흉기사건의 용의자인 차철남이 지난 19일 경찰에 긴급체포돼 경기 시흥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시흥에서 발생한 흉기 살인사건의 범인 차철남(57) 검거의 결정적 단서는 ‘훔친 자전거’였다. 차씨는 첫 범행 후 큰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훔쳐 도주했다. 경찰은 자전거의 ‘큰 바구니’에 집중해 자전거의 동선을 파악하고 차씨의 도주 경로를 확인해 검거에 성공했다.

20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차씨는 지난 19일 편의점과 체육공원에서 저지른 1·2차 흉기 사건 사이에 공원에 있는 낡은 자전거를 훔쳐 이동했다.

차씨는 19일 오전 9시34분쯤 시흥시 정왕동의 한 편의점에서 60대 여성 점주를 흉기로 피습한 후 잠금장치 없이 길에 세워져 있던 자전거를 훔쳐 2차 사건 장소로 갔다. 이후 오후 1시21분쯤 편의점으로부터 1.3㎞ 떨어진 체육공원에서 자신의 집 건물주인 70대 남성을 흉기로 찌른 후 자전거로 도주했다.

경찰은 편의점 CCTV를 확보했으나 영상 속 차씨는 흰색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신체적 특징이나 옷차림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자전거에 ‘큰 바구니’가 달려 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차철남의 공개수배전단. 경기 시흥경찰서 제공

경찰은 시 관제센터 CCTV 영상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며 차씨의 동선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차씨의 신원이 확인됐고 차씨가 살던 집과 인근 주택에서 차씨가 살해한 중국 동포의 시신 2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차씨가 버린 자전거가 검거의 실마리가 됐다. 경찰은 오후 5시33분쯤 차씨가 살인 현장으로부터 직선으로 약 5㎞ 떨어진 다세대주택에 자전거를 버린 사실을 확인했다. 차씨는 2차 사건 이후 도주 중 오후 2시3분쯤 자전거를 버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자전거 발견 지점 반경 수백m에 198명의 경찰관을 배치하고 검문검색을 진행한 끝에 오후 7시24분 차씨를 검거했다. 최초 신고 접수 10시간 만이었다. 검거 장소는 자전거를 버린 곳으로부터 직선거리로 300~400m 떨어진 곳으로 시화호 부근이었다. 차씨는 큰 저항을 하지 않고 체포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흥 흉기사건의 용의자인 차철남이 지난19일 경찰에 긴급체포돼 경기 시흥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차씨는 경찰 조사에서 “12년 전의 채무 3000만원을 갚지 않아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분 있던 중국 동포 A씨 형제에게 2013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돈을 빌려줬는데 이들이 돈을 갚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다.

편의점주와 건물주를 피습한 이유는 각각 “나에 대해 험담해서”, “나를 무시해서”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중환자실에서 치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중 차씨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