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너구리 만지면 큰일”…치명률 18.5% 병원체 검출

입력 2025-05-20 15:23 수정 2025-05-20 15:38
지난해 7월 서울 양천구 서서울호수공원에서 야생 너구리가 사람이 접근해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누워있다. 연합뉴스

서울 도심에서 발견된 야생 너구리의 폐사체에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 인수공통 감염병의 병원체가 검출됐다. 사람이 SFTS에 감염되면 5명 중 1명꼴로 사망한다. 야생 너구리 털에 붙어있는 진드기와 접촉하면 SFTS에 감염될 수 있다고 한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서울 도심에서 폐사한 야생 너구리 28마리를 조사한 결과 5마리에서 SFTS 병원체가, 1마리에서 렙토스피라 병원체가 검출됐다고 20일 밝혔다. SFTS와 렙토스피라는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개(犬)과 동물이 감염되는 개허피스바이러스·개코로나바이러스 병원체도 확인됐다. 조사 기간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였다.

야생 너구리에서 검출된 병원체는 사람에게도 치명적이다. SFTS는 주로 진드기의 흡혈으로 발병되며, 고열, 근육통, 혈소판 감소 등을 유발한다. 한국에선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2065명이 SFTS에 감염돼 381명이 사망했다. 18.5%에 달하는 치명률을 보인 셈이다. 렙토스피라는 오염된 소변 등에 노출되면 감염될 수 있다. 렙토스피라에 걸리면 발열과 두통,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할 경우 사망한다.

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이에 도심 공원, 주택가 등에서 발견된 야생 너구리를 대상으로 질병 모니터링을 시행하기로 했다. 야생 너구리가 인수공통 감염병 10종과 개과 동물이 감염되는 질병 13종에 걸리지 않았는지 살핀다. 모니터링은 상시적으로 진행된다. 야생 너구리의 질병 감염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로 한 것은 전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서울 도심에 출몰하는 야생 너구리는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너구리 구조 건수는 2022년 63건, 2023년 78건, 지난해 117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자치구 25곳 중 24곳에서 야생 너구리가 발견됐다. 서울 면적의 32.2%가 야생 너구리 서식지로 적합한 환경인 것으로도 조사됐다.

박주성 시 보건환경연구원장은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역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용헌 기자 y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