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관의 비위 사항 등에 대한 감사는 대법원장 직속 최진수(64·사법연수원 16기) 윤리감사관이 총괄한다. 이후 윤리감사1심의담당실(1실)을 중심으로 지 부장판사가 동석한 것으로 지목된 주점을 방문해 조사하거나 언론에 공개된 자료를 검토하는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경위를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감사관실은 지난 16일 “국회 자료, 언론보도 등을 토대로 가능한 방법을 모두 검토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지 부장판사가 서울 강남의 한 주점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동석자 두 명과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민주당은 여성 종업원이 나오는 고급 룸살롱(유흥주점)에서 지 부장판사가 접대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동석자의 직무 관련성이나 발생 비용, 대납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해당 업소는 유흥주점이 아닌 단란주점으로 영업 신고가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가 출입한 날짜를 특정해 대법원에 통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아직 모자이크가 제거된 사진을 비롯해 의혹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대법원에 제공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지 부장판사와 동석자들을 상대로 비위 사항이나 법관윤리에 저촉되는 사항이 있는지 파악할 전망이다. 비위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직무 관련성과 실제 발생 비용 규모, 누가 계산을 했는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석자가 재판 당사자 등 사건과 관계 있으면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직무 관련성이 의심되는 사정이 일부 있더라도 오랜 교류가 있던 친구 사이 등 일상적 친목 만남으로 간주할 수 있다면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각자 먹은 비용을 나눠 계산했거나 지 부장판사가 모두 결제했다면 문제가 없다. 반면 직접적인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변호사 등 동석자가 일정액 이상 술값을 내줬다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
식대·주대 등의 불법성을 가릴 때는 발생한 총비용을 참석자 숫자에 따라 나눈 뒤 개별적으로 100만원 초과 여부를 따지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회당 100만원이 넘으면 벌금형 대상이고, 초과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이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조치인데, 주요 사건을 맡은 재판장에 대해 의혹이 제기된 만큼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재판장이다. 윤 전 대통령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의 재판도 맡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