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2시간 통화…분위기 좋았지만 성과는 없었다

입력 2025-05-20 06:54 수정 2025-05-20 07:0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전 휴전 방안 등을 두고 2시간 넘게 통화했지만 구체적 성과 없이 끝났다. 두 정상은 “대화의 분위기와 정신이 훌륭했다(트럼프)” “솔직한 대화였다(푸틴)”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휴전 협상에 나선다는 내용 외에 즉각적 휴전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 같은 구체적 합의 내용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푸틴 대통령과 2시간 통화를 마쳤다. 아주 잘 진행됐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즉시 휴전과 더 중요한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는 이어 “그것을 위한 조건들은 두 나라 사이에서 협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그들(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은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할 협상의 구체적 사항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또 “러시아는 이 재앙적인 유혈사태가 끝나면 미국과 대규모 무역을 하고 싶어 하며 나도 동의한다”며 “러시아에는 막대한 일자리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있다. 그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특히 “교황이 대표하는 바티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 개최에 매우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며 “(협상을 위한) 절차를 시작하자”고 썼다.

푸틴도 TV연설을 통해 이날 통화가 “매우 유익하고 솔직했다”고 평가했다. 푸틴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측에 향후 가능한 평화 협정에 대한 각서를 제안하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트럼프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각서에는 관련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일정 기간 휴전 가능성과 위기 해결 원칙, 평화 협정 체결 일정 등을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푸틴은 전했다.

러시아는 이날 통화가 2시간 5분 동안 진행됐다고 밝혔다. 푸틴의 외교 정책 고문인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9명씩 포로를 교환하는 논의도 했다고 전했다. 우샤코프는 두 정상이 서로의 이름을 직접 부르며 친밀한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두 정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협상, 평화 협정 각서 등을 거론했지만 이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은 진행 중이어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양국은 지난주 튀르키예에서 만나 포로 교환에 합의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이 요구해온 즉각적인 30일 간의 휴전도 거론되지 않았다. 푸틴은 또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두 정상 모두 개인적인 친분을 강조했지만, 큰 돌파구를 찾지는 못 했다”며 “트럼프는 협상 뒤까지 휴전을 연기해야 한다는 푸틴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트럼프와 푸틴의 통화는 공개된 것만 벌써 3번째다. 트럼프는 2월 12일 푸틴과 통화한 뒤 종전 중재 외교를 공식화했고, 3월 18일 푸틴과 통화하며 ‘30일간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 중단’에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은 돌파구를 여전히 찾지 못하고 공전 중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정상 통화와 관련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는 푸틴과의 통화 전후 두 차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했다. 또 유럽연합 정상들과도 통화해 협상 내용을 공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와 직접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점령한 자국 영토에서 군대를 철수하거나, 러시아의 최후통첩에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