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수요와 노후 전력기기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국내 기업의 글로벌 변압기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영국 스코틀랜드 송전기업 ‘스코티쉬 파워’와 850억원 규모 초고압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에 스코티쉬 파워에 공급하는 400킬로볼트(㎸) 초고압변압기는 스코틀랜드 내륙과 해안 풍력단지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도심까지 송전하는 데 사용된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독일 송전업체와도 국내 업체 최초로 초고압변압기, 리액터 등 전력기기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프랑스, 스페인에서도 초고압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서유럽 전역으로 수주 범위를 넓히고 있다.
유럽은 최근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며 전력 인프라 부족 문제가 부상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 대부분 지역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등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으로 교통과 통신 등 인프라가 마비되며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복구 작업을 벌였다. 당시 사태의 원인이 송전 시스템 문제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전력망은 대부분 1950~1980년대에 구축됐다. 설비가 노후화한 탓에 정전이 발생 빈도도 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2월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와중 지금 송배전망에 투자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각국이 전력망을 신규로 늘리지 않는다 해도 교체 수요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이들 지역에서 초고압 대용량 변압기 등 고부가 제품 수요가 늘며 국내 전력기기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개선되는 추세다. 대용량 변압기는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일반 변압기에 비해 적어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지난달 국내 중대형 변압기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91.6%, 대형 변압기는 6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자 우위 시장인 만큼 관세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전력기기 업계는 설비 확충에 나섰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1월 울산·미포국가산단 내 초고압 변압기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앨라배마주의 변압기 생산 공장에도 올 하반기 1850억원을 투입해 설비를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부터 1000억원을 투입해 경남 창원 초고압 변압기 공장과 미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부산사업장의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1008억원을 투입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