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9일 오후 서울역 광장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보복 타격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제 측근 중에는 구속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제 아내는 법인카드로 문제된 적이 없다”는 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내놓았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역 광장에서 ‘쏘울을 새롭게’라는 제목의 유세를 펼치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에는 경선 과정에서 함께 경쟁했고 현재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안철수 나경원 의원을 비롯, 권성동 원내대표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참석했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고동진 김예지 안상훈 배현진 의원 등도 가세한 모습이었다. ‘통일 대통령’ ‘국민성공’ ‘정정당당 김문수’ 등의 손팻말과 깃발을 든 지지자들이 김 후보의 유세차량 앞에 모여들었다.
김 후보는 오후 6시35분쯤 지지자들과 악수하며 유세차량에 올랐고, 안철수 나경원 의원과 함께 손을 잡고 만세를 불렀다. 김 후보는 시민들에게 “여러분 힘드시죠”라고 물은 뒤 “대선 후보로서 다닐 때마다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큰절을 올렸다. 김 후보는 유세가 서울역에서 펼쳐지는 점을 상기한 뒤 “앞으로 서울역에서 평양, 신의주를 거쳐 만주까지 직통하는 위대한 서울역이 되기를 꿈꾼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 후보는 “서울역이 많은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교통 정책이 제대로 돼야 한다”며 “파주 운정역에서 고양을 거쳐 서울역까지 오는 데 22분 만에 GTX가 오는 것을 아시죠”라고 말했다. 경기도지사로 일할 때 GTX 도입을 추진했던 경험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김 후보는 “동탄에서 서울역까지 25분 만에 도착한다면 서울이 넓어지는 것”이라며 “(출퇴근 시간이) 30분 내로 들어오면 ‘저녁이 있는 삶’이 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 여러 도시에서도 GTX 노선을 완성하는 교통 혁명을 이루겠다고 김 후보는 거듭 약속했다.
연설 주제는 한국의 국가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옮겨갔고, 김 후보는 자연스럽게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말하기 시작했다. 김 후보는 “현대차만 해도 31조원을 들고 미국에서 공장을 만든다”며 “미국이 관세를 너무 높이기 때문에, 미국에 가서 공장을 운영하면 관세가 없어진다(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어 “제가 대통령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관세 자체를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관세가 없거나 가장 낮도록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관세만이 아니다. 한미간에는 지금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 협상 문제가 또 제기될 것”이라며 “이런 문제도 성공적으로 잘 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경기도지사로 일할 때 밀접하게 접했던 평택과 동두천의 미 포병 2개 연대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북한이 만약 침공할 시에는 거기(미군부대)에서 바로 발사해서, 북한 지도부 머리에 바로 직속으로 보복 타격을 한다”며 “도발하면 바로 본인들이 포를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을 위한 지원책, 일자리 확보책 등을 말하던 김 후보는 “선거철이 돼서 거짓말 하는 것이 아니냐고도 생각하는데, 결혼한 뒤 한 번도 밖에 나가 ‘내가 총각’이라고 말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어 “경기도지사를 지낸 사람이 지금 민주당 후보”라며 “그 사람은 맡자마자 빚을 1조원에서 4조원으로 빚더미를 앉혀놓고 나갔는데, 저는 8년 동안 많이 갚아서 확 줄였다”고 말했다.
자신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비해 훌륭한 행정력을 갖췄고 도덕성 차원에서의 잡음도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 후보는 “제 측근 중에 구속된 사람 한 사람도 없고, 제 측근 중에 수사받다 의문사한 사람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 아내는 ‘법카’로 문제된 적이 한번도 없으며 저는 ‘법카’로 일제 샴푸를 사 본 적도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김문수는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김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나온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후보의 ‘커피 한 잔 원가 120원’ 발언 등을 부각하며 공세를 펼쳤다. 나경원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보니 ‘평산책방’에서 커피 4000원을 받던데, 문 전 대통령도 33배의 폭리를 취하는 악덕 업주 아니냐”고 말했다. 나 의원은 “민주당이 하는 것을 보면 ‘이재명 1인 국가’가 얼마나 위험할지 아시죠”라며 “공포 국가를 막아내자”고 주장했다.
권영세 전 위원장은 “‘저쪽’에 있을 때 항의도 좀 받았다. 갈등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떤가, 우리 하나로 됐지요”라고 말했다. 권 전 위원장은 “대선을 여러 번 치러 보니 쉬운 선거는 하나 없다”며 “쉽다고 방심하면 졌고 어려워도 뭉쳐 노력하면 이겼다”고 말했다. 김 후보와 권 전 위원장은 최근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향해 날선 말을 주고받으며 충돌했었다.
박대출 사무총장은 “역전의 명수 위에 역전의 ‘문수’가 있다”고 했고, 안철수 의원은 “이재명은 이제 명이 다 했다”고 주장했다. 가수 김흥국씨는 김 후보가 유세차량 무대에 오르기 전 마이크를 잡고 “오늘부터 김 후보의 전국 유세에 들이대겠다. 정정당당 김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달라”고 외쳤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