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 유백진 “이제 나만의 게임을 하겠다”

입력 2025-05-19 19:21

신입생 신분으로 미국 대학농구(NCAA) 무대를 제패하고 프로농구(NBA)에 진출했던 카멜로 앤서니가 시라큐스에 1년 더 머물렀다면 이런 그림이었을까. LCK 챌린저스 리그(LCK CL) 최고의 재능 KT 롤스터 ‘지니’ 유백진의 2025시즌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KT 2군은 19일 서울 마포구 WDG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 LCK 챌린저스 리그(LCK CL)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DRX 2군에 2대 0으로 이겼다. 2군 리그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하고 있는 KT는 이로써 14승1패(+20)를 기록했다.

경기 후 기자실을 찾은 유백진은 먼저 민망하다는 듯 웃었다. 그는 “오늘은 팀원들이 평소보다 더 긴장을 많이 했다. 특히 ‘파덕’ 박석현과 ‘웨이’ 한길 모두 이렇게 긴장한 걸 처음 봤다. 경험이 많고 실력이 뛰어난 ‘테디’ 박진성 선수가 상대로 나온다고 해서 그렇다”면서 “긴장한 두 선수한테 ‘오늘은 내가 캐리 해주겠다’고 공언했는데 그렇게 못 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가장 긴장했다던 박석현은 이날 POG로 선정됐다.

유백진은 1세트에서 제이스를 미드로 선택했다. 미드 제이스는 그가 종종 꺼내 드는 비장의 무기다. 연습생 시절까진 탑라이너였기에 숙련도가 제법 높고 자신 있다. 그는 “제이스는 챔피언의 체급이 좋아서 AD 미드가 필요한 조합이라면 언제든 꺼낼 만하다. 파일럿의 숙련도를 많이 타는 챔피언이지만 나는 스스로 숙련도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유백진은 1세트 제이스로 5킬 0데스 5어시스트를, 2세트 아리로 2킬 2데스 1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스스로 성에 차지 않았다. 그는 “팀으로서의 움직임은 합격점을 줄 만하지만 나 개인의 플레이는 아쉽다고 느꼈다. 조금 더 보완해야 할 점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라인전에서 더 이득을 봐야 했다. 2세트 사이드에서 잘린 것도 게임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유백진은 올해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지난해부터 LCK CL 최고의 미드라이너·최고의 선수로 꼽혀왔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모자란 한 뼘이 있다. 그게 무엇인지 찾는 데 5개월을 썼다. 그는 “한동안 연습의 방향을 잘 못 잡았다. 최근 코치·감독님, 팀원들과 같이 대화를 나누면서 내 약점과 강점이 무엇인지, 내가 자주 하는 실수는 무엇인지를 인지하게 됐다”며 “작년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될 여지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필요한 건 우직함과 뚝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내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려고 했던 플레이를 팀원들의 콜에 휘둘려서 하지 못하거나 했다”면서 “나만의 주관을 뚜렷하게 세우고, 어떤 상황에서도 나만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게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요즘 유백진이 이상향으로 삼는 미드라이너는 두 명이다. 젠지의 ‘쵸비’ 정지훈과 KT 1군 선배 ‘비디디’ 곽보성. 유백진은 “두 선수가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한다고 생각한다. 라인전부터 운영, 한타까지 정말 대단하다”면서 “특히 두 선수가 어떻게 라인전을 풀어나가는지를 많이 참고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엔 스스로 잘한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이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잡았다. 앞으로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