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참배 뜸한 김정은, 스승 묘소엔 무릎 꿇고 헌화

입력 2025-05-20 06: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후계자 시절 스승인 현철해 3주기를 맞아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후계자 시절의 스승인 현철해 전 국방성 총고문 겸 인민군 원수의 묘소를 찾아 무릎을 꿇고 추모했다. 최근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가 뜸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본인 우상화 작업에 집중하는 김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집권을 도왔던 스승을 내세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현철해의 3주기를 맞아 신미리 애국열사릉을 방문해 묘소에 직접 헌화했다고 1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현철해 동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는 장군님(김정일)의 그림자였다”며 “그는 영생할 것이며 언제나 장군님 시대를 떠올리며 우리의 성스러운 투쟁을 위대한 승리에로 고무해 줄 것이다”라고 치켜세웠다.

현철해는 노동당에서 정치국 위원, 중앙위원, 중앙군사위원 등을 맡은 북한 군부의 핵심 인물이다. 2012년 차수(원수와 대장 사이 계급), 2016년 원수 칭호를 달았다. 김정일이 군부를 장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김정일 체제에서 후계자 교육을 담당해 김 위원장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린다. 북한 기록영화에는 현철해가 김 위원장이 군의 주요 직위에 올랐을 때 손을 꼭 잡고 “이제 정말 됐습니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나올 정도로 김 위원장이 고맙게 생각한다고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2022년 현철해 사망 후 영결식 때 직접 맨손으로 흙을 퍼 올려 무덤에 덮어주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현철해 사망 후 매년 묘역에 찾아가고 있다. 이는 최근 김일성,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방문을 소홀히 하는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17일 아버지 김정일의 생일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 김정일 생일만으로 따지면 4년 만이다. 지난달 15일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에는 3년째 참배하지 않았다. 김일성, 김정일의 기일마다 매년 참배했던 모습도 집권 초와 달리 불규칙적으로 바뀌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최근 선대의 업적을 흐리고 본인을 우상화하는 작업에 나서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집권을 도왔던 현철해를 내세워 본인에 대한 충성심을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더 이상 어버이 수령들의 권위에만 너무 기대는 게 아니라 혁명 1세대나 자기 뒷배에 대한 보훈을 확실하게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도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이 아닌 자기만의 시대를 열고 싶어한다”며 “현철해가 김정은 시대 개막의 주역이라는 점을 내세워 새로운 왕조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