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봉 동아대학교 겸임교수·부산 호산나교회 안수집사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세계 무역의 중심에서 다시 한번 강력한 관세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며 25%에 달하는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예고되고 자동차와 기타 산업 제품에 대한 추가 압박도 예상된다. 이러한 압박은 단순히 경제적 손익을 넘어 한·미 관계의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믿음의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보며 새로운 방식의 협상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우리는 또 한 번의 큰 도전 앞에 서 있다. 미국은 트럼프2.0의 관세 전쟁을 통해 한국에 대한 초강경 압박협상전략(super anchoring)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협상의 주도권을 선점하고 상대방이 방어적·수동적으로 반응하게 만드는 효과를 유도하려 한다. 그러나 성경은 말한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하여 변화를 받아….”(롬 12:2) 우리는 관세라는 ‘이 세대의 질서’에 갇히지 말고 하나님 나라의 원칙으로 대응해야 한다.
응답자가 아닌 제안자로서의 프레임 전환 전략은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갈등 속에서도 화해와 공동선을 추구하라는 성경적 지혜와도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와 지혜가 반영된 ‘상처없는 협상’이다.
한국은 이제 ‘응답자’가 아니라 ‘제안자’로서의 위치를 회복해야 한다. 마샬 군도의 경우 비록 약소국으로서 미국과의 비대칭 관계에 있었지만 지혜롭게 자신의 위치를 지정학적 위치를 사용해 ‘자유연합협정(COFA)’을 통해 평화와 실익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했다.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지혜와 자원을 통해 새로운 협상 전략을 펼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을 다음의 세 가지 ‘Re 전략’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 전략은 ‘Reframing’이다.
트럼프가 제시한 25% 관세 프레임에 응답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이슈를 ‘공급망 위기’ ‘경제안보’로 재정의함으로써 새로운 협상 지렛대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우리는 억울하다”는 주장보다 “우리는 미국의 기술 생존을 도울 수 있는 파트너”라는 입장에서 프레임을 바꾸어 접근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의 무역 흑자를 문제 삼고 있지만 실제 문제는 무역 수지라기보다는 미국의 기술 안보 불안이다. 반도체 배터리 방산부품 등 미국이 생존을 위해 의존하고 있는 공급망의 핵심을 우리가 쥐고 있다. 무역 문제를 경제 안보로 리(Re)프레임하고 협상의제를 전환해야 한다.
두 번째 전략은 ‘Repackaging’이다.
한국이 가진 강점(예를 들면 반도체 기술, 선박 수리 인프라 등)을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미 해군, 미국 제조업 부활 등)에 맞추어 재포장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수리·해군 정비 기술을 갖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에서 단 한 척의 항모도 수리하지 못하는 구조다. 이를 단순한 산업 부문이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유지시키는 핵심 공공재로 포장할 수 있다. “한국의 기술이 없다면, 태평양을 지킬 수 없다”는 내러티브가 가능하다. “전통 우방 한국의 기술력이 전통 우방 미국의 군사력과 함께 한다면 인도-태평양은 우리의 활동 무대가 된다”로 재포장이 가능하다. 아니면 “미국의 도움으로 이만큼 기술력을 가진 한국이 되었으니 이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선에 도움을 줘 보답할 기회를 주기 바란다”고 과대포장도 가능하다. “우리가 파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미국 시스템의 안정성이다”라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정서적 공감을 유도해야 한다.
세 번째 전략은 ‘Repositioning’이다.
기존의 수세적 태도를 벗어나 협상 설계자로서의 주도권을 확보한다. 이제는 미국이 제시하는 조건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새로운 판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예를 들어 ‘한·미 해군 공동 정비 센터’ 구축, ‘미국산 LNG 도입 확대와 한국산 에너지 시스템 연계’ 등을 포함한 협상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이익의 교환 구조’를 우리가 설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이 하나님의 지혜로 평화를 설계하는 ‘샬롬의 제안자’가 되어야 한다.
트럼프2.0의 관세 전략은 단순한 보호무역이 아닌 전략적 협상의 포석이다. 우리가 이 게임에 응답자로 참여하면 손해는 필연이다. 게임의 규칙을 재설정하는 ‘제안자’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5%의 관세를 18%까지 낮추는 것을 ‘성공’이라 착각할 수도 있다. 이는 미국의 프레임 속에서 ‘양보’를 얻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심리적 오류일 뿐이다. 협상은 숫자 싸움이 아니라 프레임 싸움이다.
우리가 먼저 문제를 재설정하고 이익 구조를 새롭게 짜고 제안의 방향을 주도하여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를 협상의 언어로 풀어낼 때, 비대칭 권력 구조 속에서도 공동의 번영과 평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숫자 계산이 아니라 시대를 분별하는 믿음의 통찰력이다. 하나님께서 이 시대의 지도자들에게 맡기신 사명은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드러내는 것이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