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고인이 근로자로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에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고용부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서부지청이 진행한 ‘문화방송(MBC) 특별근로감독’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9일 발표했다.
오씨는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입사,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올해 초 유족이 오씨의 휴대전화에서 동료 기상캐스터 2명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발견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2월 11일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한 고용부는 3개월 동안 조사 끝에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고용부는 “고인은 2021년 입사 후 선배들로부터 업무상 수시로 지도·조언을 받아왔으나, 사회 통념에 비추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가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 선배 기상캐스터는 오씨가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록(유퀴즈)’에 MBC를 대표해 출연하게 되자 “네가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느냐”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비난했다.
고용부는 “해당 행위들이 비록 고인의 실수나 태도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이뤄졌지만 고인은 기상캐스터를 시작한 지 불과 1~3년 이내의 사회초년생이었다”며 “업무상 필요성을 넘어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발언들이 수차례 이어져온 점, 고인이 주요 지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유서에 구체적인 내용을 기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해당 행위들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괴롭힘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서는 “MBC 기상캐스터는 각각의 독립성·자율성을 가진 프리랜서 신분임에도 명확한 서열과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조직문화가 있었다”며 “선후배 간 갈등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들로 이어진 측면이 크다”고 했다.
다만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 인정의 핵심인 ‘근로자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5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고용부는 주된 업무 수행에 구체적 지휘 및 감독 없이 재량권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임한 점과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으며 정해진 휴가 절차가 없는 점 등을 들어 오씨를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로 규정했다.
아울러 오씨가 MBC와 계약된 업무(뉴스 프로그램 출연) 외 다른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행정 등 업무를 하지 않은 점, 일부 캐스터가 외부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맺고 자유롭게 개인 영리활동을 해 수입을 전액 가져간 점도 이유로 들었다.
이에 고용부는 MBC 조직 전반에 만연한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특별감독 기간 동안 고용부는 MBC 전 직원을 대상으로 3주간(3월 18일~4월 4일)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총 응답자 252명 중 115명(45.6%)이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피해를 입은 사실이 있거나 주변 동료가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업무시급·중요성 등을 이유로 팀장급 직원이 공개적으로 폭언하고 욕설하는 행위와 직장동료와 러브샷을 요구하고 외모를 지적하며 신고하지 말라고 비꼬는 말투로 핀잔을 주는 등의 행위도 포함됐다. 입사 경로에 따라 부당한 대우, 무시 등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도 있었다.
고용부는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는 않았으나 이와 같은 조직 전반의 불합리한 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계획서를 제출받고 그 이행 상황을 확인하는 등 적극 개선 지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고용부는 MBC 내 방송지원직·계약직 691명에 대해 연장근로수당 과소 지급 등 총 1억8400만원 임금 체불과 6건의 노동관계 법령 위반 사항도 적발했다. 이 중 4건은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며, 2건에 대해선 15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