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 사건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고인이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에 따라 보호받을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고용부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MBC 대상 특별근로감독결과를 19일 발표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오씨는 2021년 입사 후 선배들로부터 업무상 수시로 지도·조언을 받아왔다. 고용부는 이 과정에서 단순히 지도·조언의 차원을 넘어 ‘사회 통념에 비춰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가 반복됐다고 봤다. 선배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오씨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등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발언들이 여러 차례 지속됐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지도·조언에 대해 선·후배 간 느끼는 정서적 간극이 큰 점, 고인이 주요 지인들에게 지속해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유서에 구체적 내용을 기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해당 행위들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고용부의 판단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돼 있어 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면 해당 법을 적용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다. 정부가 개입하지 못하고 MBC가 내부 규정에 따라 조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고용부는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는 이유’로 오씨 같은 기상캐스터가 계약된 업무 외에 행정 등 MBC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를 하지 않는 점, 일부 기상캐스터는 자유롭게 타 방송에 출연하거나 개인 영리활동을 하며 그 수입 전액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 주된 업무수행에 구체적 지휘·감독 없이 기상캐스터가 상당한 재량을 가진 점 등을 제시했다.
반면 보도·시사교양국 내의 프리랜서 35명 중 25명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에도 프리랜서 신분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메인 PD로부터 구체적·지속적으로 업무상 지휘·감독을 받고 정규직 근로자 등과 상시·지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FD, AD, 취재 PD, 편집 PD 등이다. 고용부는 이들에 대해 업무처리 실태에 맞게 현재의 근로조건보다 저하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시정 지시했다.
고용부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며 MBC 전반의 조직문화도 살폈다. MBC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총응답자 252명 중 115명(응답자의 45.6%)이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피해를 본 사실이 있거나 주변 동료가 피해를 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상사의 폭언, 욕설, 외모 지적 등 구체적인 증언도 나왔다.
고용부는 이런 조직 전반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계획서를 제출받아 이행 상황을 확인할 예정이다.
아울러 고용부는 방송지원직·계약직 등에 연장근로수당을 적게 주는 등 총 1억8400만원(691명) 규모의 임금 체불 및 6건의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항도 적발했다. 이 중 4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고, 2건에 대해선 15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김민석 고용부 차관은 “방송사에 대한 지속적인 지도·감독에도 여전히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항이 적발되고 인력 운영상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며 “향후 다른 주요 방송사들도 자체 개선을 해나가도록 적극적으로 지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