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제작한 창까지”… 야생동물 160마리 잔인하게 죽인 30대 구속

입력 2025-05-19 10:53 수정 2025-05-19 13:49
구속된 피의자들이 키우는 개들이 고라니를 먹고 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야생동물 160마리를 잔혹하게 포획하고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30대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야생생물 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기도에 거주하는 30대 A씨와 B씨를 사전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주시 중산간 일대와 경기도 군포, 수원시 일대 야산에서 125회에 걸쳐 오소리·노루·사슴·멧돼지 등 야생동물 160마리를 포획했다. B씨는 2023년 3월부터 지난 3월까지 A씨와 함께 8회에 걸쳐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은 자신이 훈련시킨 진돗개를 이용해 야생동물을 물어뜯게 하거나, 특수 제작한 창과 지팡이 칼로 동물의 심장을 찌르고 돌로 머리를 수차례 가격하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게 했다.

A씨는 이러한 사냥 장면을 촬영해 진돗개 동호회 회원들과 공유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키우는 개를 고가에 팔거나, 교배·훈련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취득했다.

포획한 야생동물 중 오소리와 노루·사슴 뿔은 건강원에 맡겨 추출가공품을 제조한 뒤 본인이 섭취하거나 지인들에게 택배로 보냈다.

이들은 범행 전 생태변화 관찰연구 자료와 자연자원 도감을 활용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악했다.

CCTV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인적이 드문 밤에만 사냥을 감행했다.

운반 중 범행이 발각될 우려가 있는 노루·사슴·멧돼지 등의 사체는 현장에서 가죽을 벗겨 개들의 먹이로 사용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개를 이용한 사냥의 경우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현장 적발 시 ‘산책 중 개들이 우연히 야생동물을 공격했다’고 답변하기로 사전 모의했다. 실제 경찰 조사에서도 이같이 진술하며 범행을 부인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10월 영산강유역환경청이 관련 범행 사진을 제보받아 제주 자치경찰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자치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제주지검의 수사지휘를 통해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집행해 피의자들의 범행이 촬영된 영상 500건을 확보했다.

자치경찰은 사전구속된 A·B씨 외에 불법포획에 가담한 3명과 건강원 운영자를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관련 위반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영산강유역환경청·야생생물관리협회와 협력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박상현 제주도 자치경찰단 수사과장은 “자연과 생명을 향한 잔혹한 범죄에는 관용이 있을 수 없다”며 “야생동물 학대 및 불법포획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야생생물 보호법에 따르면 상습적으로 야생생물을 학대하거나 죽이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과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병과된다. 불법포획 도구 제작·판매·소지·보관 및 불법포획 야생동물 취득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